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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위와 파업

“설 특수 없다” 시위에 관람객 절반으로 감소한 서울 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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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 대규모 집회 열려 서울 고궁(古宮) 관람객 감소

“고궁이 시위대 화장실·휴게소로 전락”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 보수 성향의 탄핵 반대 단체 회원들이 17일 헌법재판소와 인접한 서울 종로구 운현궁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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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맞아 많은 내·외국인이 서울을 찾길 기다렸던 관광업계는 최근 심해진 한국의 정치적 갈등에 웃지 못하고 있다. 특히 친윤(親尹)과 반윤(反尹) 시위대 양측 모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부터 광화문까지 주로 외국인이 자주 찾는 고궁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여는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본지가 찾은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 안국역 4번 출구 일대는 친윤 시위대로 가득 찼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본격 진행되고, 대통령이 직접 변론에도 참석하면서 주로 한남동(대통령 관저)과 광화문이었던 이들의 시위 현장은 헌법재판소 인근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을 외쳤고 한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쥐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인용을 찬성하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이날 오후 4시쯤 헌법재판소 인근인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8차 범시민 대행진’을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7000여 명이 모였다. ‘내란 종식’ ‘윤석열 파면’이 적힌 손팻말과 응원봉, 깃발을 든 참가자들은 “헌재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 후 명동과 남대문, 시청 앞까지 행진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현궁 화장실에 태극기를 들고 있는 노년 남성이 들어가고 있다. /안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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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시위대 바로 옆에는 흥선대원군 사저였던 운현궁(사적 257호)이 있다. 문화유산의 ‘대목’인 설을 맞았음에도 운현궁을 찾는 방문객을 보기 어려웠다. 궁을 드나드는 이들은 시위대가 다수였다. 태극기를 깃발을 든 인파 약 20명이 무리 지어 운현궁 화장실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복을 입은 채 운현궁 내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시위대가 들어오자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갔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윤모(32)씨는 “전시를 좋아해서 고즈넉한 고궁을 많이 가는데 갑자기 시위 구호를 들으니 오는 게 꺼려진다”며 “한동안은 고궁 관광을 자제해야겠다”고 했다.

운현궁만 아니라 경복궁, 덕수궁 등 시위가 빈발하는 곳 인근 문화유산들은 12·3 비상계엄 후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유산청의 궁능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세종대왕유적관리소, 조선왕릉 입장객을 합한 수치) 관람객 통계를 보면 2024년 12월 관람객은 전달 대비 약 50% 급감했다. 계절적인 상황을 감안해도 감소 폭이 급격한데, 2023년 12월 관람객은 전달 대비 약 40% 감소였고, 코로나 창궐 이전인 2019년 12월 관람객은 전달 대비 약 42% 감소에 그친 바 있다.

운현궁 측은 “인근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나면 주변에 쓰레기도 많이 버려지는 데다, 계엄 이후 한 달 사이에 수시간씩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적도 있다”고 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조선 시대 고궁의 문화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데, 고궁 인근이 시위 현장으로 바뀌며 발길이 끊어졌다”고 했다. 이어 “계엄과 탄핵 사태가 잠잠해져도 관광객이 이전 숫자로 돌아가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년 1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안국역 주변 도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무효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오후 내란죄 피의자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 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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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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