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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경제 먹구름에 이곳은 '씁쓸한 특수'…"또 하나 문 닫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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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맥주 한잔에 1900원하는 10년 전에나 유행했던 이런 '가성비 맥주집'이 최근 다시 늘고 있고 폐업하는 가게가 얼마나 많은 지 문 닫는 가게 물품을 되파는 '땡처리 경매장'은 그 어느때보다 붐비고 있다고 합니다.

설 연휴 대목이지만, 12.3 내란 사태 여파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우리 주변의 경제 현실을,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속에 자리한 이곳은 중고 물품을 싸게, 경매로 싸게 살 수 있는 이른바 '땡처리 경매장'입니다.

오늘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도 많이 줄은 거라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폐업한 가게들이 워낙 많이 늘고 사는 사람은 좀 줄었다고 합니다.

직접 안에 들어가서 상황 보겠습니다.

트럭에서 절단기 같은 기계류부터, 자전거 같은 생활용품까지 온갖 물건이 다 나옵니다.

대부분 망한 공장, 폐업한 식당 등에서 들어온 소위 '사연있는 물건'들입니다.

[경매장 관계자 : 이거는 하나님 믿는 분이 가져가셔야 해. 베드로야, 베드로. 혹시 하나님 믿는 분 계십니까? 하나님. 뭐 다 불자가 왔어.]

경매사가 재치있게 구매를 유도해보지만, 사람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습니다.

[경매장 관계자 : 두 개 1만(원). 이게 하나에 5000원 꼴인데. 하나 5000원! 두 개 많으면. 5000원 두 개! 비싸? 두 개 5000원이?]

그래도 조용한 손님들.

경매사는 가격을 다시 깎기 바쁩니다.

[경매장 관계자 : 2만(원). 2만원 내릴게요. 아이 참. 이렇게 해봐요, 1만5000원이든 본인들이. 1만5000원 계십니까 그러면? 만 원은 안돼. 그렇게 가면 이제 다 망하는 거야. (물건) 내릴게요 그냥.]

저렴하게 필요한 물건 사가기 위해, 경북 문경에서 경기 용인까지 달려온 부부도 있었습니다.

[경북 문경에서 온 부부 : 이게 다 1만원이야. 다 사고 싶은데 차에 다 못 실으니까 적당히 사는 거야.]

평소엔 건설업에 종사하지만, 짬이 날 때마다 이곳에서 물건 사 되파는 부업을 한다는 이 남성.

최근엔 폐업한 가게에서 통째로 들어오는 물건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전창호/인천 청천동 : (요즘은) 한 집 물건이 다 오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카페가 문을 닫았다. 그러면은 그 카페에 있는 게 전부 다 와요. 그런 거 보면 '아 또 어디가 하나 문 닫았구나' (싶은 거죠.)]

이 경매장을 3년 정도 다녔는데, 이곳에서 조차 사람들이 소비를 꺼려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전창호/인천 청천동 : 예전에는 오면은 '그거보다 싸네' 하면 샀었는데 이제 여기서도 더 싸게, 싸게 가 되는 거예요.]

내일 경매로 나갈 물건들이 쌓여 있는 창고입니다.

이 폐업한 식당에서 갖고 온 듯한 식재료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는데요.

이곳을 보시면 돌김자반부터 통밀식빵, 술인 복분자주 그리고 간장까지 식재료들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경매장 관계자 : 요새 장사들이 안 돼요. 여기도 안 되고. 경기가 안 좋아져 갖고 그렇기 때문에 물량이 많이 나오죠.]

한 번화가 골목에 즐비한 '생맥주 1900원' 입간판.

저녁 7시가 되자 가게 자리 절반이 찼습니다.

팍팍한 주머니 사정은 이런 '소규모 가성비 맥줏집' 이른바 '스몰비어' 업체의 부활로도 확인됩니다.

[김은진/서울 신정동 : 술 한잔하려고 하면 이제 맥주 가게도 5000원, 7000원까지 하는 데도 많아서요. (여기는) 일단 앞에서 생맥주가 1900원이라고…]

10년 전 유행했던 '불황형 맥주집'이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다시 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6.2%가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올 1분기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내란 쇼크'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설 연휴 대목에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을 거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시민들은 오늘도 최소한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겨울부터 실종된 정치, 하루 빨리 수습돼야 모두가 숨 쉴 틈이 생길 겁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박찬영]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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