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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앵커칼럼 오늘] 덕담 오가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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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오순도순 좋은 시간들 보내고 계신지요? 명절만이 갖는 정겨움이 그 긴 시간 운전을 하면서도 웃음 짓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애정과 관심이 넘치는 잔소리도 많았을 겁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명절 잔소리 메뉴판'. 나이 대를 달리해 잔소리 별로, 값을 매겼습니다.

공부는 잘되냐, 어느 대학 갈 거냐부터 연봉은 얼마니, 집은 언제 살 거냐까지. 다양한 질문에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고민거리가 깊을수록 값이 꽤나 비싸죠.

가족들끼리 마음 상하고 상처받는 말을 삼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고육책입니다.

설 연휴에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지 묻는 조사가 있었는데 20~30대에서 취업과 직업·결혼 관련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설 연휴를 혼자 보내겠다는 '혼설족' 젊은이도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부모님과 친지들의 과한 덕담을 듣고 싶을 때도 있나 봅니다. 잔소리 인공지능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밥은 잘 챙겨 먹나? 어떻게 지내?"같은 일상 안부부터 걱정 담긴 잔소리까지 묻고 답하기도 합니다.

혼자이고 싶으면서 그래도 가족의 향기는 그리운 현대인의 이중적 처지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전화기 속에서 어머니가 우신다. 니가 보고 싶다 하시면서… 언제부턴가 고향도 객지로 변해 어머닌 객지에서 외로움에 늙으시고…'

고향에 홀로 남아 자식 안부를 기다리는 어머니. 명절이 다가오면 그런 마음을 꾹 누릅니다. 전화선 타고 닿는 목소리가 아니라 코 앞에서 진짜 자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자식에게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기쁘기 그지없는 편지입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아픈 덴 없고, 사는 것 다 별거 없더라 더욱 그리워지는 눈물 같은 어머니의 기도…'

매번 같은 말이지만, 객지에서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지칠 때 이보다 따뜻한 위로는 없을 겁니다. 새해에도 든든한 가족이 있어 한 해를 살아가는 힘이 돼줄 겁니다.

앞날을 빌어주면서, 이뤄낸 걸 함께 축하하면서, 짧은 시간 얼굴 마주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행복한 설날 밤이었으면 합니다.

1월 29일 앵커칼럼 오늘 '덕담 오가는 설'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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