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브로드컴, 국내 셋톱박스 기업 갑질…동의의결 절차 개시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정위, 동의의결 개시 결정

자사 부품 쓰도록 국내 업체에 강요

부당행위 중단·130억 상생기금 조성 약속

구체화한 뒤 최종안 전원회의 상정 방침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와의 거래에서 자사 부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한 ‘갑질’ 행위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에 대한 동의의결(자진시정) 절차를 개시, 제재를 보류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법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 로고(사진=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7일 브로드컴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에 대해 지난달 22일 해당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유료방송 셋톱박스용 시스템반도체 부품(SoC)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업체와 거래에서 불공정 거래인 ‘배타조건부 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쟁사와 거래를 제한하고 독점적인 구매를 강요한 행위 등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유료방송사업자 입찰에 참여할 때 브로드컴의 SoC가 탑재된 셋톱박스만을 제안하도록 하거나, 여타 SoC를 탑재하기로 한 사업에서 브로드컴의 SoC로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국내 제조사들은 브로드컴 요구에 따라 브로드컴의 SoC를 탑재한 셋톱박스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제안했고, 이에 따라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제조·공급했다.

브로드컴은 공정위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송부받기 전,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브로드컴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경쟁질서를 개선하고 반도체 설계 및 시스템반도체 업계 스타트업 등 중소 사업자 지원을 통한 상생을 모색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브로드컴은 향후 경쟁사업자의 SoC 탑재를 막을 목적으로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브로드컴의 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기존 계약 내용을 거래상대방에 불이익이 되도록 변경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브로드컴은 거래상대방의 SoC 수요량 과반을 브로드컴으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브로드컴이 거래 상대방에게 가격·기술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도 했다.

특히 브로드컴은 시정방안을 준수하기 위해 ‘자율준수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임직원에게 공정거래법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방안 준수 여부를 공정위에 매년 보고한다.

130억원 상당의 상생기금을 활용한 상생안도 제시됐다. 상생안에는 크게 △반도체 전문가 및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센터 설립·운영 지원 △반도체 설계 등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 등을 위한 사업 컨설팅 제공 및 인프라 구축 지원 △반도체 산업 관련 세미나·컨퍼런스 개최 및 반도체 산업 홍보 활동 지원이 포함된다.

동의의결 절차.(자료=공정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자진시정안’에 대해 사건의 성격, 시정방안 거래질서 개선 효과, 다른 사업자 보호,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럽 집행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브로드컴의 유사 행위에 각각 동의의결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점을 고려해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상생방안을 이행하는 게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경쟁질서와 거래질서 개선 등 공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동의의결 개시 결정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사업자가 해당 분야 국내 스타트업 등 중소 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과 상생을 도모하고 산업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곧 시정방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