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그동안 고용했던 외국인만 활용 가능
중기·중견기업 만성적 고용난…기업 성장이 인력난 배가되는 결과
중견기업 성장 방해하는 ‘피터팬증후군’ 방조
충청북도 음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중견기업 A임원의 토로다. A씨는 “중소기업일 때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도 취업 활동 기간이 끝나면 재고용할 수 없는 게 현재의 법”이라며 “제조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모두 만성적인 고용난을 겪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의 이 같은 하소연은 현행 고용허가제가 ‘뿌리산업 중견기업’ 및 ‘택배’와 ‘공항지상조업 상하차’ 직종 등 고용 규제를 정해놓고 있어서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본사가 비수도권에 있는 기업의 사업장만 허용하던 것을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기업의 비수도권 사업장도 추가 허용한 게 완화된 정도다.
뿌리산업 중견기업에만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호를 개방한 것은 그만큼 뿌리산업의 인력 확보가 어려워서다. 한 뿌리산업 중견기업 대표는 “주조 및 열처리 분야의 생산직은 충원해도 몇 개월 이내에 절반 이상이 그만둔다”며 “인력 이탈이 심각해 노동자 확보가 정말 어렵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기존에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는 계속 근무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비자(E9)는 단기 체류비자로 3년 후 비자가 만료되는데 최대 1년 10개월까지만 연장이 가능해 길어야 4년 10개월 근무할 수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천의 한 주물공장 모습(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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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노동자 고용 가능 기업군을 전체 중견기업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네 곳 중 한 곳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는데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도 중견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라는 호소다.
소재 기업을 운영하는 B대표는 “기본적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사라지는 중소기업 특별 세액감면이나 세액공제 등은 부담스럽긴 해도 예상 가능했던 범위”라며 “공장을 돌릴 인력이 없어 가동률이 떨어지는 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조 중소·중견기업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전 중견기업에게 고용허가제 혜택을 앗아가는 건 지나친 처사일 수 있다. 업종·규모·지역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면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인력난은 뿌리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제조업 전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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