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도·감청 등 첩보 거점 활용될 여지도
2023년 12월 2일 남중국해 해상에서 선체가 서로 결박된 중국 선박들이 난사군도 인근에 위치한 휘트선 암초 해역을 침입하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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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중국해 심해에 해저 연구시설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를 위한 중국의 인공 섬 건설과는 별도로, 해저 연구시설까지 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남중국해연구소는 최근 자국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한 남중국해 심해 생태 연구시설의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해저 2,000m에 건설되고 있는 이 연구 시설은 과학자 6명이 한 달간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돼 있다.
아울러 △무인 잠수함 △수상 선박 △해저 관측소 △지구 맨틀 도달을 목표로 한 시추선 '멍샹' 등 부속 시설도 갖췄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머물며 메탄 수화물(methane hydrate·인화성 얼음)이 대량 함유된 해저 열수 분출구를 연구할 계획이다. 시설 위치와 관련, 연구소는 "700억 톤의 메탄 수화물은 물론, 코발트·니켈 등 희귀 광물이 다량 매장돼 있고,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생물 600여 종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J-15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비행을 마치고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에 착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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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해당 시설은 '심해의 우주정거장'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SCMP는 "지금까지 시도됐던,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해저 시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해양 과학자는 "이번 해저 시설은 중국이 해양 추종국에서 해양 선도국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며 "심해 경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특히 이 해저 기지가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 로샤릭 잠수함의 2012년 북극 해저 조사가 러시아의 대륙붕 확장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로 쓰였던 것처럼, 중국이 건설 중인 해저 기지도 '남중국해 해역=중국 관할' 주장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SCMP는 짚었다. 표면상 연구 시설이지만, 실제로는 '해저 도·감청' 등 첩보 활동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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