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과 8년째 동행에도 성과 미미…'오너 리더십' 공백에 코빗 매각설도
KB·빗썸 '짝짓기'에 입지 위협 받는 신한…'법인 투자 시대' 발판 삼나
신한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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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올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된다는 소식에 금융권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한국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8년째 동행을 이어온 신한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NXC, SK스퀘어와 같이 대기업을 등에 업은 코빗과 '시너지 효과'를 노렸지만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이벌' KB국민은행이 '거래소 양강' 빗썸과 손을 잡고 가상자산 시장에서 몸집 불리기에 나서자 신한은행은 입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22년 일부 법인을 대상으로 실명계좌를 한시적으로 발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법인 투자 시대를 맞아 입지 확보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1호' 거래소 코빗과 7년째 동행…성과는 '미미'
신한은행이 코빗을 선택한 이유는 코빗의 오랜 서비스 경험뿐만 아니라 이른바 코빗 주주들의 '든든한 뒷배'가 작용했다. 현재 코빗 최대 주주인 NXC의 고(故) 김정주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직접 코빗의 지분 인수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2022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코빗은 '오너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다. 코빗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1%에 못 미치며 신규 가입자 증가세도 5대 거래소 중 가장 뒤처질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NXC와 SK스퀘어가 코빗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경쟁사' KB 몸집 키우는 사이…고민 깊어지는 신한
이같은 상황에서 원조 라이벌 KB국민은행이 대형 거래소 빗썸을 잡고 거래소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시장판도가 복잡해졌다. 빗썸은 독보적 1위 업비트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거래소다. 현재의 개인투자자 시장뿐만 아니라 하반기 법인투자자 시대까지 열리면 막강한 기업고객을 확보한 KB국민은행과 빗썸의 시너지는 강력할 수 있다.
이미 계좌 사전등록 기간인 이달부터 국민은행의 신규 계좌 수는 증가 추세다.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신규 계좌 수는 빗썸 사전등록 전인 지난달 1~10일 영업일 평균 5564좌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전등록이 시작된 같은 달 20일부터 31일까지는 2만 1182좌로 3.8배 급증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빗썸이 최근 신규 상장 및 이벤트를 급격히 늘리면서 신규 가입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서 빗썸의 점유율은 30%대이지만, 지난해 신규 가입자 수는 1위였다.
국민은행이 가상자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가운데 일각에선 하나은행이 최근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에 관심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일찌감치 거래소 사업에 발 들인 신한이 뒤늦게 시장에 참가한 은행들에 밀려 법인투자 시대에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업계에선 신한은행이 가상자산 분야 내 입지를 다시 다지는 데 이번에 허용된 법인 계좌 발급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 중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법인 계좌를 열어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하반기부터 자본시장법상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문투자자 3500여 개에 가상자산 매매를 위한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2년 일부 법인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용 실명계좌를 한시적으로 발급한 바 있다. 이들 법인은 신한은행이 지분을 투자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고객사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도 거래가 가능하다. 향후 일반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법인 계좌를 열어줬던 신한은행의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리테일 거래 부분에서는 제휴사인 코빗의 점유율 문제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 어떤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법인 거래를 지원했던 곳이 신한은행이다. 현재까지 일부 법인은 KDAC을 통해 코빗에서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탁사 포트폴리오 등을 살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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