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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AI가 가짜뉴스 대량 생산"…獨, 총선 앞두고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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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정보 유포 웹사이트 최소 100곳…"러시아가 배후"

    "AI 봇이 대량생산…당국·언론 검열만으로 소화 불가"

    특정 정치인 겨냥도…獨, 구글·MS·틱톡·X와 대책 회의

    머스크·밴스 극우정당 지지 등 美 개입 시도도 변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독일인의 60% 이상이 러시아와 관계를 악화시키는 정부에 실망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선 이같은 내용의 언론 보도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달 중순 가짜뉴스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미 많은 사용자가 실제 뉴스로 간주하며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오는 23일(현지시간) 독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배후엔 러시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정부는 구글 등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데일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민당(CDU) 대표.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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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정보 유포 웹사이트 최소 100곳…“러시아가 배후”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독일 조사전문매체 콜렉티브는 허위정보 유포를 위해 만들어진 독일어 웹사이트를 최소 100곳을 확인했다. 콜렉티브는 이들 사이트의 ‘공작’ 활동이 러시아 군 총정찰국(GRU)과 연계한 작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독일 전략대화연구소(ISD)도 조기 총선과 관련해 여론 조작을 노린 50여개의 조직적 네트워크를 특정했다. 이들 네트워크는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봇’이라고 불리는 6000개 이상의 가짜 계정이 동영상 등을 자동 게재하며 허위 정보를 빠르게 퍼뜨렸다.

    과거와 달리 이번 정치 공작에선 AI 기술을 활용해 독일 검열당국이나 언론 매체의 검증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의 가짜뉴스가 유통돼 눈길을 끌었다. 특정 정치인을 표적으로 삼거나 우크라이나 지원 이슈와 관련된 가짜뉴스도 급증했다.

    예를 들어 이달초 차기 총리가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CDU) 대표가 “2017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가짜 동영상이 급속 확산해 독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에 등록된 ‘알베르트 메르텐스’라는 정신과 의사의 진술과 의료 서류가 증거로 등장해 신뢰감을 높였다. 영상은 ‘뮌헨의 주간 개요’라는 웹사이트에 게재돼 열흘 만에 540만회 이상 조회됐다.

    하지만 메르텐스라는 인물도, 서류에 적힌 주소에 진료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서류에 찍힌 도장이 메르텐스를 심리치료사로 묘사하고 있었는데, 독일에선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의 업무가 완전히 구분되며 그러한 서류를 발급할 권한도 없다고 도이체벨레는 지적했다.

    영상이 SNS 등에 공유되는 과정에서 “메르츠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타우루스 미사일을 공급할 것을 촉구했다”고 반복해서 지적한 것도 봇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메르츠 대표는 20년 전 살인 사건의 용의자라는 루머에도 휩싸였다.

    지난달 30일엔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가 우크라이나와 공모해 베를린 미술관에서 그림 50점을 훔쳤다거나, 몇 년 전 젊은 여성을 학대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닛케이는 “이번 독일의 조기 총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선거 이전부터 독일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밴스 극우정당 지지 등 美 개입 시도도 변수

    독일 정부는 지난달 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틱톡, 엑스와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선거 입후보자들에 대한 살해 예고 등 범죄 행위가 있을 경우 신속히 대처해달라며 철저한 감시를 촉구했다.

    독일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치 개입도 경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공개적으로 독일의 주요 정당들을 비난하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올라프 숄츠 총리는 “외부 개입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까지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인 CeMAS는 “머스크 CEO가 AfD 지지를 호소한 언론 기고는 러시아의 봇을 통해 급속 확산했으며, AI 딥페이크로 조작된 여성 사진을 이용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배포하며 각국 선거에 개입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2021년에도 허위 정보를 유포해 독일 유권자들을 뒤흔들었으며, 지난해에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체코 및 벨기에의 친러시아 의원들을 지원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같은달 루마니아 대선에선 거의 SNS만으로 선거 활동을 펼친 친러시아·극우 성향의 무명 후보가 가짜뉴스 덕분에 1차 투표에서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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