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 중대재해법 ‘책무구조도’, 초기 혼란 여전
경영진 책임만 강조하다 현장 사고 예방책은 뒷전
문서화 작업만 강조하는 형식적 대응만 만연
처벌 방점 맞춰 실패한 ‘중대재해법’ 답습 말아야
문제는 책무구조도가 산업계 혼란만 불러왔다고 비판받는 중대재해법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책임이 경영진에 집중돼 정작 현장에선 안전 강화 조치가 부족했다는 점을 중대재해법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또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CEO와 임원들이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피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사고 예방보다는 법적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같은 중대재해법의 실패는 책무구조도에서 유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임원들은 겸직을 기피하거나 조직 개편을 통해 책임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또 금융사 내부통제 기능이 실질적인 사고 예방이 아닌 형식적인 문서화 작업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책무구조도가 임원 처벌이 아니라 금융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임원에게만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전 직원이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교육에 방점을 찍어야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책임 회피에 몰두하지 않도록 하고, 조직 개편 악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사전 점검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겸직 기피나 책임 전가 사례가 나타나는지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또 문서화 작업만 강조하지 않도록 규제 방향도 수정해야 한다. 또 금융권에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기업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내 20개 은행 행장들을 만나 “최근까지도 고위 경영진이 연루되는 등 대형 금융사고의 재발을 목도하면서 내부통제의 질적 개선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문제는 복합적인 진단과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처벌에만 방점을 찍은 중대재해법의 실패 전철을 밟지말고, 책무구조도만의 실효적인 길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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