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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미술의 세계

    삼베 위 수놓은 카리브해 풍경…알바로 베링턴 한국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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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 출신 영국작가
    카니발축제 연작 14점 선봬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매일경제

    알바로 베링턴 ‘NHC 2024/Mangrove Sunset(L10)’(2024). 타데우스 로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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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브해의 순간순간들이 삼베 천을 수놓고 있다. 해는 수평선 위로 막 떠오르고 있거나 중천에 떠 있고, 혹은 저물고 있는 듯하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알바로 베링턴이 어린 시절 보고 자랐던 풍경들이 기하학적인 모양과 다채로운 색채로 화면 위에 재구성된 것이다. 거친 질감의 삼베 천 위로 꼼꼼히 바느질된 흔적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온 작가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알바로 베링턴의 한국 첫 개인전 ‘소울 투 서울(Soul to Seoul)’이 4월 12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영국 노팅힐 지역에서 열린 지역 축제 ‘노팅힐 카니발 2024: 오디세이-황홀한 항해’를 위해 제작했던 삼베 회화 연작 80여 점 가운데 14점을 펼친다. 당시 작가는 축제 경로를 따라 행진하는 맹그로브 스틸 밴드의 대형 트럭 3개의 겉면에 작품들을 이어 붙여 감싸는 방식으로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일종의 회화 실험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카리브해 풍경을 담은 연작이다. 각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수평선이다. 풍경화이긴 하지만 장면은 있는 그대로를 화폭에 옮긴 것이 아니라 작가가 카리브해를 보면서 느낀 인상과 감정이 뒤섞여 단순화, 추상화된 형태다.

    베링턴은 삼베 천 위에 또 다른 삼베 천을 덧대 꼬매고 서로 연결하는 등의 콜라주 방식으로 화면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스프레이 페인트나 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카리브해 연안의 전통 직물 공예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노팅힐 카니발 연작의 경우 언제든 작품을 액자 틀에서 떼어내 손쉽게 서로 이을 수 있도록 작업했다. 각각이 개별적으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축제 당시 트럭에서 서로 하나의 작품을 이뤘던 흔적을 남긴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각 작품마다 작가가 존경하는, 서로 다른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참조해 여기서 받은 영감을 자신의 작품에 녹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평선과 나란히 길게 뻗은 배가 돋보이는 작품은 스코틀랜드 화가 피터 도이그의 ‘카누’ 연작을 오마주한 것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표현된 바다 위로 주홍빛 해가 떠 있는 장면을 그린 작품은 미국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에텔 아드난의 풍경화를 참조했다.

    베링턴은 “나의 작업은 미술사를 이루는 수많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작품을 보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수천 명이 트럭을 둘러싸고 춤을 추고 즐기는 카니발 축제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경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링턴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이주 노동자였던 그레나다인 어머니와 아이티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마을 공동체를 통해 양육됐다. 이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면서 뉴욕 헌터 칼리지를 졸업하고, 2015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해 슬레이드 미술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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