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훈련 전날 좌표 고도 수정… 공군 "통상 절차"
수정 안 했다면 군인아파트 인근 피해 가능성
12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폭탄이 떨어져 생긴 구덩이가 메워져 있다. 포천=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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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 수사 착수 사흘 만인 13일, 사고를 낸 공군 조종사 2명을 형사 입건했다. 군이 이틀 전 해당 부대 지휘관 2명을 보직해임하는 등 사후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공군은 사고 당시 임무 조종사가 비행 전 '좌표 고도'를 수정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지난 10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당시 좌표 고도가 수정되지 않았다면 군인아파트 인근에 오폭이 발생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및 군용시설 손괴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조종사의 표적 좌표 오입력이 사고의 직접적 요인임을 확인했다"며 "사고의 직·간접 원인 등에 대해 계속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한 실사격 훈련 도중 KF-16 전투기 2대는 위도 7자리 중 숫자 1개를 잘못 입력해 표적보다 남서쪽으로 약 10㎞ 떨어진 포천 이동면 민가 지역에 MK-82 폭탄 8발을 투하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2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민가 164동과 성당, 인근 군부대의 전투·군용 시설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고도 수정 사실 뒤늦게 밝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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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사고에 따른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었던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조종사들은 사고 전날 훈련 준비 과정에서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했는데, 이에 따라 자동 산출되는 '좌표 고도'를 수정했다. 승진훈련장 표적 고도는 2,000피트(609m)인데, 오입력된 좌표에 대해 자동 산출된 표적 고도는 500피트(152m)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훈련 계획서에 적힌 대로 고도를 2,000피트로 수정했고, 결과적으로 오입력한 좌표값보다 2㎞가량 서쪽으로 치우친 지점에 낙탄했다. 만약 좌표 고도를 수정하지 않았다면 100여 명이 거주하는 군인아파트 인근에 오폭이 발생해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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