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北, 몰래 석탄 나르던 대형 선박 사고… "제재 속 외화벌이 수단, 유혹 끊지 못할 것"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한 선원만 15~20명 숨진 듯
중국·북한, 대북 제재 위반 부담 느낀 듯 '침묵'
정보당국 "관련 동향 주시 중"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고 있는 장면이라며 미국 법무부가 2019년 5월 공개한 촬영날짜 미상의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 석탄을 밀수출하려던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화물선이 지난달 서해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북한 화물선 선원 약 15~20명이 숨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과 북한 모두 대북 제재 위반 사실이 드러나는 데 부담을 느낀 듯 사고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은 이와 관련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북한의 한 화물선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서해를 항해하다가 중국의 한 항구 근해에서 중국 선박과 충돌 후 침몰했다. 사고 당시 수역엔 짙은 안개가 깔려, AIS를 끈 채 항해하는 북한 화물선을 중국 선박이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AIS는 선박의 위치·속도 등 신호를 송출하는 장치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감시를 피하려는 북한 선박은 수시로 AIS를 끄고 항해한다.

당시 중국 당국 주도로 구조작업이 펼쳐진 끝에 일부 선원 등이 구조됐지만 15∼20명의 북한 선원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중국 선박 쪽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노후한 배로 중국에 무리하게 석탄을 밀수출하려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뒤 지금도 중국과 무역이 회복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자원을 활용한) 외화벌이는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해상으로 밀수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선박 대부분이 노후한 탓에 사고 발생 후 인명피해 대응에 취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그간 돈벌이 수단인 ‘석탄 밀수출’을 포기하지 못했다. 주로 서해 남포항을 출발해 중국 산둥반도 스다오항 등을 드나드는 선박들과 해상 환적을 일삼았다. 지난해 7월 우리 정부는 전남 여수시 인근 해역에서 홍콩 선박회사 소유의 '더이(DE YI)호'와 북한 선적 선박 '덕성(TOK SONG)호'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더이호가 덕성호로부터 북한산 석탄 약 4,500톤(t)을 환적 받은 사실을 위성 등을 통해 확인하면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석탄 등 광물은 수산물, 노동력과 함께 북한의 3대 수출품으로 꼽혀왔다"며 "값싼 북한산 석탄에 대한 중국 상인들의 수요가 여전히 큰 만큼 북한이 앞으로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밀수출에 나서는 유혹을 떨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이 지난 1월 내놓은 '북한 제14기 제12차 최고인민회의 평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석탄 산업 성장률은 전년 대비 115%를 기록했고, 생산목표 달성률 또한 110%로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대북 제재 위반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사고 소식에 대해 “별도 입장은 없다”면서도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불법적 활동들이 계속된다는 보도에 대해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만큼 국제규범 준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 측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