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둘러싸고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과 협력을 논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 주요 고객사에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공동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TSMC가 인텔과 협력하거나 파운드리 부문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흡수할 경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지형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TSMC는 현재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애플, AMD 등을 통해 압도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인텔은 18A(1.8나노) 공정을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입했으나, 수율 및 생산 안정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TSMC와 인텔 간 협력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첨단 공정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GAA 기반 2나노·1.4나노 공정 로드맵 가속화가 핵심 대응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대비 전력 효율과 성능에서 강점을 갖춘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을 시작한 바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후속 공정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오스틴·테일러 공장 가동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는 글로벌 고객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신규 팹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4나노 이하 공정을 포함한 첨단 반도체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도 삼성전자가 취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후공정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파운드리'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고객의 요구에 맞춰 최적화된 공정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는 특정 기업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AI 반도체, 고성능 컴퓨팅(HPC) 등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 맞춤형 공정 지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공정 기술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 또는 협력 여부는 반도체 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만약 TSMC가 인수를 결정할 경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사실상 'TSMC 독주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심사, 인텔의 내부 전략 변화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행보가 삼성전자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차세대 공정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기술 개발과 고객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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