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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인생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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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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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후반 상경한 아버지는 나훈아 노래 ‘고향역’을 좋아했다. “가사에 내 삶이 들어 있어서”라 했으니 아버지의 ‘인생곡’이었다. 언제부턴가 필자도 그 노래를 좋아했다. ‘달려라 고향 열차~’ 하고 흥얼거리다가 반세기 전 서울행을 결심하던 아버지 마음을 상상해 본 적도 있다. 아버지의 인생곡이 아버지와 나를 연결해 줬다.

▶13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미스터트롯3’은 ‘톱7’의 인생곡 무대로 펼쳐졌다. 그들이 들려준 노래와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가 가수와 시청자를 연결해 줬다. R&B에서 트로트로 전향한 천록담은 트로트 가수가 되기 전에 굴곡진 삶을 살았다. 암 수술 후 다시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인생곡 ‘공’에 담았다. ‘살다 보면 알게 돼 알면 이미 늦어도/ 그런대로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하는 가사가 듣는 이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미스터트롯3 최종회의 평균 시청률은 19.1%였다. 김용빈과 할머니 사연이 소개되자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인 19.6%로 뛰었다. 할머니와 손자가 나눈 애틋한 정이 깊은 공감을 자아낸 덕분이었다. 지난해 6월 별세한 할머니의 소원은 “손자가 미스터트롯 나오는 걸 보는 일”이었다. 소원을 못 이루고 떠나면서 “죽어서도 너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김용빈은 마지막 무대에 오를 때 떨리지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가 곁에 있어줄 걸 알았기 때문이다.

▶김용빈이 ‘감사’를 인생곡으로 택한 것은 그래서였다.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싶었다. ‘구부러진 가지 끝에서 새싹이 피어나듯이/ 가슴에 묻힌 슬픔 이제는 감사 되어/ 내 노래가 되었네~.’ 미스터트롯 3수 끝에 톱7에 오른 추혁진의 어머니가 무대 위 아들을 보며 지은 표정도 화제가 됐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얼굴에 사랑과 기대와 응원을 다 담은 ‘엄마의 얼굴’이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각각 시즌 3까지 달려오는 동안 트로트는 한국인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장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트로트가 없었다면 우리는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한다. 그 사이 음악 산업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미스트롯이 첫선을 보인 2019년 이전 1%대에 불과했던 음악 스트리밍 내 트로트의 비율이 3년 만에 12%를 넘어섰다. 2023년 한 카드사가 트로트 콘서트 입장권의 결제액을 조사해 보니 전년보다 134%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다음엔 또 누가 어떤 가슴 뭉클한 사연과 인생곡을 들고 우리 앞에 설까.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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