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리뷰해 (92) ‘폭싹 속았수다’]
600억 투입, 70년 걸친 애순·관식의 인생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작가 명대사 향연
아이유 박보검의 인생캐, 시청자들의 인생드
600억 투입, 70년 걸친 애순·관식의 인생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작가 명대사 향연
아이유 박보검의 인생캐, 시청자들의 인생드
[작품소개]
6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방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등을 쓴 임상춘 작가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등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배우 아이유와 문소리가 2인 1역을, 박보검과 박해준이 2인 1역을 맡아 1960년 제주부터 2025년 서울까지 애순과 관식의 인생 드라마를 전한다.
16부작으로 제작된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 7일 공개된 1~4회를 시작으로 14일, 21일, 28일에 각 4회씩 공개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막으로 구성됐기 때문. 그동안 오리지널 시리즈를 한 번에 공개해 시청자들이 주말에 몰아볼 수 있도록 했던 넷플릭스가 공개 전략에 변화를 꾀해 주목받기도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배종병 시니어 디렉터는 “‘폭싹 속았수다’는 처음부터 4막으로 펼칠 작품이라고 감독,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시청자도 그렇게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공개 방식을 결정했다”며 “저희는 창작 의도에 맞게 시청자가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개 방식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줄거리]
1960년 제주에는 해녀 딸 애순이와 생선장수 아들 관식이가 있었다.
애순은 연두부 같은 속을 지키려고 겉으론 만사 새침하려 애를 썼고, 관식은 껍데기야 순해도 안이 무쇠였다. 애순이 몸도 맘도 관식이가 키웠다. 십년 내내 지네 집 생선 훔쳐다 애순이 먹인 것도 관식. 교복 입고 양배추 파는 게 창피해 “양배추 달아요”라는 한마디를 못하는 문학소녀의 자존심을 지킨 것도 관식이다.
고달픈 더부살이, 학교에서도 공짜우유는 도맡아 가져가야하는 애순이가 동네 최고 새침데기로 유유히 자랄 수 있던 건 관식 덕이었다. 여러모로 허기지던 시절, 서로의 속을 키운 첫사랑. 그러나 아무리 고운 인연에게도 첫사랑의 불운은 공평하게만 군다.
[캐릭터 소개]
# 어린 오애순(아이유) : 엄마가 피난 온 제주에서 태어난 꿈 많은 문학소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찬 모습을 보여주는 요망진 반항아다. 자신의 꿈을 위해 육지로 떠나고 싶어한다.
# 어린 양관식 (박보검) : 운동도, 장사도 군소리 없이 해낸다. 무쇠처럼 우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하다. 애순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믿음으로 용감하게 삶과 맞선다.
# 어른 오애순(문소리) : 한 때 시인을 꿈 꾸던 새침데기 문학소녀가 좌판에서 오징어를 파는 씩씩한 엄마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치여 잊고 살았던, 시인이라는 꿈이 자꾸만 떠오른다.
# 어른 양관식(박해준) :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주에서 배를 타며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던 무쇠 가장이다.
[단소리]
# ‘동백꽃’ 작가가 써내려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1화부터 오열하게 된다. 극본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지 새삼 깨닫게 만들 만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가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모든 애순이와 관식이를 위해, 그리고 금명이를 위해 이 다정한 헌사가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해녀질을 하는 엄마를 위해 점복을 사고 싶다고, 그래서 엄마의 하루를 사고 싶다는 딸 애순이의 시가 눈물을 줄줄 흘리게 만든다.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엄마를 찌르면 내 가슴에도 똑같은 가시가 와서 박혔다”, “그들의 봄은 꿈을 꾸는 계절이 아니라 꿈을 꺾는 계절이었다. 그렇게도 기꺼이” 등 명대사의 향연이다.
# 눈물 쏙 빼는 염혜란, 구멍 없는 열연 릴레이
눈물을 쏙 빼는 염혜란의 연기를 시작으로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진다. 구멍 없는 연기로 ‘폭싹 속았수다’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아이유 박보검도 애순이와 관식이의 삶에 스며들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문소리 박해준은 또 어떤가. 어른이 된 애순이와 관식이의 삶을 짧은 장면에서도 공감하게 만든다. 오정세 엄지원 나문희에 아역들까지, 모두 제 몫을 다한다. 좋은 대본에 배우들까지 ‘열일’하면서 시청자들의 인생 드라마 자리를 꿰차고 있다.
# 600억 제작비? 고퀄리티 세트장에 몰입도↑
시대극의 경우 세트장과 의상 등으로 제작비가 많이 든다. 70년의 세월을 담은 ‘폭싹 속았수다’도 약 6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에 지어진 세트장 등으로 다양한 세대가 이질감 없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 김원석 감독은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려고 했다”며 “저희는 오픈 세트를 지었다. 1960년부터 2025년까지 시대가 바뀌면서 미술이 바뀌니 돈이 좀 들어갔다. 리얼함을 구현하기 위해 진짜 같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진짜 같은 VFX도 꽤 있다. 그 현장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쓴소리]
# 4회씩 4번...이 전략 통할까
과거 한국 드라마는 16부작이 대세였으나, 요즘은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으로 기존보다 짧은 6~12부작이 대세다. 대부분의 시리즈를 한 번에 전체 공개한 넷플릭스는 다소 긴 호흡의 ‘폭싹 속았수다’는 4회씩 4번 나눠서 공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천천히 곱씹어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 16부까지 공개 후 보겠다거나 너무 길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 등도 나오고 있다.
# 잊을 만하면 나오는 민폐 촬영?
2013년 4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 현장에서 드라마 측의 민폐 촬영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유채꽃 밭에 들어가 촬영을 하려고 하자 드라마 스태프가 막았다며 “관광객이 유채꽃밭 놀러 와서 사진도 못 찍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폭싹 속았수다’ 측은 “불편을 겪으신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폭싹 속았수다’ 뿐만 아니라 ‘찌질의 역사’ ‘오징어게임2’ ‘무인도의 디바’ 등 반복되는 논란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시청자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면서 민폐를 끼치는 씁쓸한 아이러니.
[흥행소리]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내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7일 처음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9일 기준 넷플릭스 전세계 TV쇼 부문 6위에 올랐다. 전날 8위에서 두 계단 뛰어올랐다. 한국을 포함,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카타르, 싱가포르, 대만,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1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평점 사이트 IMDb에서 ‘폭싹 속았수다’는 10점 만점에 9.4점의 평점을 기록 중이다. 아직 참여자가 많지 않지만, “이 드라마의 모든 순간이 좋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16부작 중 4회 만 먼저 공개된 상황에서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고무적. 한국적인 이야기가 전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 포인트다.
[관객소리]
호 “인생 드라마 예감” “펑펑 울면서 봤어요” “임상춘 작가 작품은 무조건 본다 “사람 냄새 난다” “염혜란이 1화부터 울린다” “우리 할머니, 엄마의 이야기” “완벽하다” “역대급 작품” “모든 애순과 관식이를 위한 헌사” “내 이상형은 관식이”
불호 “과하다” “왜 나눠서 공개했는지 모르겠네” “많이 보아 온 이야기” “기대보다 별로” “재미없다” “깊이는 없는 듯”
[제 점수는요(★5개 만점, ☆는 반개)]
# 별점 ★★★★
벌써부터 요망지네(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 별점 ★★★★☆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더니, 눈물이 줄줄 납니다(방송 관계자)
# 별점 ★★★★★
인생 드라마 됐어요~(방송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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