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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부모가 너무 많은데요?”…교육부는 왜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에 의문을 던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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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통계청이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학원 광고가 붙어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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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조사대상 7만4000여 명 중 최고 소득 구간인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이 4명 중 1명(26.2%) 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조사에서 10.6%였던 ‘800만원 이상’ 비중이 7년만에 2.5배로 커진 것이다. 증가세를 보이는 한국의 가구 소득추이와 사교육비를 감당하려 맞벌이에 뛰어드는 가구, 소득이 있어야 결혼과 출산을 하는 경향 등이 겹쳐져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공개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발표 전 조사대상(표본)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 응답자의 26.2%가 조사에서 가장 높은 소득 구간인 월 소득 ‘800만원 이상’에 속했기 때문이다. 반면 ‘300만원 미만’은 2017년 2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가 지난해에는 8.1%로 조사대상 중 가장 분포가 적었다. 소득이 많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응답자 분포였다.

교육부는 조사를 수행한 통계청에 “고소득 부모가 조사대상에 너무 많은 것 아닌지” 물었다. 통계청은 소득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국가수준 통계 3~4개를 근거로 “조사대상 분포에는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교육비 조사는 지역과 학교급, 학교 형태 등을 고려해 표본을 추출한다”고 했다. 인구분포와 학교 특성에 비례해 조사대상을 선정하면 소득분포 또한 전체적인 추이를 반영한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도 “통계청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갔다”고 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23년 기준 가구의 연 평균 소득은 7185만원이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600만원이다. 2017년 월 478만원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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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조사에 고소득 가구 비중이 늘어나는 데에는 우선 자녀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맞벌이에 뛰어드는 부부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5년사이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 비율이 줄어들고, 경력단절여성 중에는 출산 전보다 저임금인 일자리에 다시 취직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성북구에서 초3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47)는 자녀 출산 직후 직장을 나왔다가, 지난해부터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하루 4시간씩 일을 한다. 이씨는 “적은 돈이라도 아이 학원비를 버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주변에 학원비를 보태겠다며 소일거리라도 하는 엄마들이 꽤 된다”고 했다.

사교육비 조사에서도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외벌이 가구보다 다소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50만원)과 사교육 참여율(82%)은 외벌이 가구(44만원·78%)보다 높았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는 추세가 2000년대 이후 고착화되면서 학부모 집단에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부모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연 ‘인구포럼’에선 2010년대 중반 이후 사교육비 증가와 합계출산율 감소 사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개됐다. 높은 사교육비 지출을 꺼리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에선 결혼과 출산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계청은 2024년 사교육비 조사에서 처음으로 월 소득 ‘1000만원 이상’을 따로 집계했다. 이들은 월 평균 72만5000원의 사교육비를 썼다. 이는 전체 평균(47만4000원)보다 25만원가량 많은 액수다.


☞ 작년 사교육비…학교 밖서 30조 썼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32105015



☞ “자녀 둘 325만원 사교육비 공개, ‘흉’ 아니잖아요?”…연예인 사교육 유튜브에 뒤섞인 공감과 반감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3060004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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