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이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콘택트렌즈 판매점에서 관련 기업의 부당해고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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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남기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노조를 만들어 열악한 현실을 바꿔보려다 해고됐습니다. 퇴직금으로 8개월 동안 버텨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16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장영식(44)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오메디칼지회장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그는 지난해 7월 해고된 뒤 복직을 위해 8개월간 회사와 싸우고 있다. 복직은 부인과 10살 아들 등 세 식구의 생계가 걸린 문제였다.
광주에 자리한 콘택트렌즈 제조기업 ㈜지오메디칼에 노동조합이 생긴 시점은 지난해 4월19일이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색채 콘택트렌즈 제조 특허를 등록하며 현재 상시노동자 300명 규모로 몸집을 불렸다. 생산 렌즈의 90%는 모회사 ㈜스타비젼에 납품하며 배우 변우석, 아이돌그룹 뉴진스 등이 광고모델로 활동한 컬러렌즈 브랜드 ‘오렌즈’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매출은 424억원, 영업이익은 122억원(28%)이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성공적인 겉모습과 달리 직원 복지나 임금은 바닥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400원 많은 시급 1만500원으로, 한 달 동안 일해도 25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고 했다. 2023년 회사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성과급은 150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기상여금은 없었다.
일부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와 함께 상명하복적인 조직 문화를 바꿔보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 회사는 협상 대신 장 지회장(구매담당 과장)과 최아무개 교육선전부장(전산팀장)을 해고했다. 노조는 전체 노동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노조 가입 절차를 홍보했는데 회사는 내부 감사에서 장 지회장과 최 부장이 직위를 이용해 직원 개인전화번호를 무단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 소식지 창간호에 실린 성과급 지급 내용도 문제 삼았다. 노조는 부장급 이상 회사 간부들이 수백만∼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썼는데 이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3명만 아는 극비정보라는 것이다. 회사는 최 부장이 무단으로 회사 정보에 접근해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장 지회장과 최 부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조의 구제 신청으로 심판에 나선 전남지노위는 지난해 11월 회사의 주장이 객관적·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를 징계사유로 삼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인정했다. 또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켜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장 지회장과 최 부장은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만큼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노조 조합원은 30여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 7일 부당해고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장 지회장 등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정준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부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노조를 만들었더니 핵심간부인 지회장과 교육선전부장이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이들은 복직시켜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기업 스타비젼을 대상으로 전국 주요 매장을 순회하며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따르지 않고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예고했다. 지오메디칼은 ‘한겨레’에 전자우편을 통해 “노조 설립 뒤 단체교섭을 준비하던 중 노동조합 가입문자가 무분별하게 배포됐고 여러 직원이 개인정보를 노조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회사에 항의해 감사에 나섰다”며 “업무상 비밀 정보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정보가 노조 소식지에 게재되며 직원 개인 연락처와 성과급 정보가 유출됐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지오메디칼은 “감사 결과 장 지회장과 최 부장의 정보 유출 정황을 확인했고 정해진 징계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개최, 징계해고했다. 형사 고소도 진행 중”이라며 “전남지노위는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정했으나 중노위는 전남지노위의 부당노동행위 결정은 취소했다. 결정문을 확인한 뒤 행정소송 등을 통해 징계해고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였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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