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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 해제 한달… 서울전역 집값 상승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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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 등이 가능해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가격이 평균 3.7% 올랐다. 집값 약세 지역으로 꼽혔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16일 서울시는 잠삼대청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이 28억2000만 원으로 해제 이전 30일(1월 14일∼2월 12일) 27억2000만 원보다 3.7% 올랐다고 밝혔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26억3000만 원에서 27억 원으로 2.7% 상승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강북구(0.03%)와 도봉구(0.01%)도 전주 대비 상승했다. 강북구는 지난해 12월 넷째 주 이후 11주, 도봉구는 12주 만에 상승한 것이다. 노원구(―0.01%→0%)는 하락세를 멈췄다. 관악구(0%→0.02%)와 금천구(0%→0.01%)는 보합에서 상승 전환했다. 지난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집값이 내린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집값상승, 25개구로 확산… 서울시 “토허제 재지정 할수도”

[서울 집값 상승 확산]
주담대 완화도 집값 상승에 한몫
‘잠삼대청’ 주요단지 신고가 거래… 강북 도봉 등 7개구도 상승세 전환
“토허제와 무관” 주장하던 서울시… “집값 상승 과도하면 재지정 가능”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면적 59㎡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인 지난달 22일 역대 최고가인 24억5000만 원에 팔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전인 1월까지만 해도 22억5500만 원이 최고가였는데, 한 달여 만에 2억 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대출 규제 이후 위축됐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되살아나고 있다. 해제 지역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해제와 무관한 지역에선 상승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 서울 전역으로 번진 집값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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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집값이 약세였던 강북 지역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올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지역이 포함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락하던 도봉, 강북, 동대문, 중랑, 은평, 금천, 관악 등 7개 구의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6일 기준 5138건으로, 6개월 만에 5000건을 넘었다. 거래 신고는 이달 말까지라 지난달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원인은 시기, 대출, 정책 3가지로 요약된다. 보통 1, 2월은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시기다. 학군이 좋은 잠삼대청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학군지는 개학을 앞두고 집값이 상승한다”며 “다만 올해는 평년보다 신학기로 인한 상승 폭이 더 크고, 상승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풀린 점도 주된 상승 요인이다.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이 주담대를 옥죄면서 관망세로 돌아선 수요가 대출이 재개되자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주담대 시장 금리가 내리면서 이자 부담도 전보다 줄었다. 또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는 점도 주담대 수요를 자극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뒤 해제 지역의 집값이 올랐다. 이후 상승세는 해제와 무관한 서울 전 지역으로 번졌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런 시장 상황을 가리켜 ‘오쏘공’(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올린 공)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해제 한 달 만에 집값 상승 인정한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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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지역의 평균 매매가는 해제 이전 30일 평균 가격보다 3.7% 오르고, 거래량은 72% 늘었다고 밝혔다. ‘평균 매매가는 오히려 하락했다’(지난달 28일), ‘상승률은 미미하다’(이달 9일)며 해제 이후 집값 상승 지적을 적극 반박하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집값이 오른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달 10일에는 “집값 상승이 비상적으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르기 쉬운 시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푼 게 기폭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집값 상승 학습 효과로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대출이 조여진 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통 은행권은 연초 대출을 풀어 대출이 늘어나는 시점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건 기름을 부은 격이다. 잘못된 판단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집값 상승세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등 유동성이 줄어들기 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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