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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업황 부진 유통-건설업 “비용 줄이자” 본사사옥 이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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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침체 직격탄… 임차료 줄이기”

SSG닷컴, 강남 센터필드서 영등포로… 롯데온, 잠실 롯데월드타워 떠나

건설업계도 “인력 감축-사옥 이전”… DL이앤씨, 서대문서 강서구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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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유통업계와 건설업계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본사 사옥을 이전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은 지난달 중순 자회사 W컨셉과 함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를 떠나 영등포구 경방 타임스퀘어 인근의 KB영등포타워로 이전했다. 2022년 7월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빌딩에서 센터필드로 이전한 후 3년이 안 돼 또 이사한 셈이다.

센터필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으로 그룹 내에서도 상징적인 건물로 꼽힌다. 센터필드는 신세계프라퍼티가 49.69%의 지분을 소유한 부동산 펀드 이지스 제210호가 주인이다. SSG닷컴은 이지스 측에 임차료를 지불해 왔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센터필드는 서울 전체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빌딩으로 꼽혀 임차료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상징성 대신 비용을 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KB영등포타워는 센터필드 임대료의 약 40∼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악화로 상황이 좋지 않은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도 사옥 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인 롯데온은 지난해 7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테헤란로의 위워크 빌딩으로, 세븐일레븐은 그해 8월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강동구 천호동 이스트센트럴타워로 이전했다. 11번가도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경기 광명 유플래닛타워로 옮겼다. 서울스퀘어는 2019년 당시 단일 오피스 빌딩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약 9880억 원)에 팔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의 성장세는 1%대로 7.5%였던 2021년은 물론이고 2022년(3.7%), 2023년(3.1%)보다 훨씬 낮았다.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 반면 임대료는 오히려 올랐다. 상업용 부동산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임대료는 지난해 3.5% 오르며 2022년(7.1%), 2023년(5.8%)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업용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소비 진작이 더딘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임차료를 비용 절감의 한 축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설업체들도 속속 사옥 이전에 나서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5위 업체인 DL이앤씨는 올해 하반기(7∼12월) 중 서울 서대문구 디타워를 떠나 강서구 마곡 원그로브로 이사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업황이 부진한 데다 DL이앤씨의 경우엔 개발 등에 묶인 돈이 많아 비용 절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이다. 롯데건설은 지난달경부터 본사 사옥에 대한 매각, 철거 후 자체 개발 등의 옵션을 결정하기 위해 자산 컨설팅을 받고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현재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2028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 악재가 겹쳐 수주와 분양 사업 둘 다 침체된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인력 절감과 함께 임차료를 줄이기 위해 사옥을 이전하는 곳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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