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화장품 매장에 할인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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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여파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탄핵정국 때는 정치 리스크가 해소된 후 소비심리가 살아났지만 현재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2로 집계됐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에서 6개 주요 지수를 활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 평균치(2003~2023)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고 본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여파로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비상계엄이 일어난 지난해 12월 CCSI는 전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한 88.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최대 낙폭이다.
위축된 소비는 신용카드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의 1월 카드 승인실적은 소비 관련 대부분의 업종에서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사용액이 증가한 2개 업종은 사업시설관리, 기타 개인서비스로 일반 소비자들과 관련성이 높지 않다. 사실상 내수와 관련된 업종에선 하락세가 뚜렷했다. 무엇보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교육비마저 감소해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는 소비심리가 회복 중이다. CCSI는 지난 1월 91.2로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100 이하로 머무르면서 비관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혜영 한은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지난해 12월에 워낙 크게 떨어진 뒤 1, 2월에 걸쳐 하락분 일부를 회복한 것”이라면서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고 국내 정치 상황의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탄핵정국에도 소비심리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6년 10월 102.8을 기록했던 CCSI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4.2까지 떨어졌다. 이후 100을 하회하던 CCSI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된 2017년 3월 97.0으로 회복세를 보이더니 2017년 4월에는 101.8로 낙관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인 2016~2017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및 내수 회복이 나타나 대체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시작된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치 리스크가 완화되더라도 소비가 과거만큼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CCSI를 1~2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스심리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89.29로 비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팀장은 “정치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과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경제 여건이 다르다.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지만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소비심리가 정치적인 영향만 받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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