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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살 평생 일군 40억 부동산 고향 국립대에 기부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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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 여사, 충남대에 40억원 부동산 기부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일을 이제야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80대 여성이 고향에 있는 대학에 평생에 걸쳐 일군 40억원 상당의 건물을 기부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마음껏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숙박업 등으로 일군 40억원 부동산 충남대에 기부한 윤근 여사. 충남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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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는 19일 부산에 거주 중인 윤근(88) 여사가 4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윤 여사가 기부한 부동산은 부산 영도구에 있는 6층 규모의 숙박업소 건물이다.

충남대에는 1990년 '김밥 할머니'로 알려진 고 이복순 씨가 5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었다. 윤 여사는 이후 35년 만에 개인 기부로는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충남대에 기부했다.

충남 청양군 장평면에서 태어난 윤 여사의 유년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2명이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불과 3살에 어머니를 여의었고 13살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어려운 형편에 초등학교 입학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엔 '남의집살이'를 해야 했다.

17살 되던 해 고향에서 중석(텅스텐) 광산 인부로 일하던 남편과 결혼했지만, 형편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19살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도자기 공장, 행상 등 온갖 궂은일을 했지만 서울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결국 다시 고향 청양으로 내려와 오일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며 삶이 조금은 안정되는 듯했지만,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어 무려 세 차례의 유산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남편을 떠나 다시 서울에서 행상과 과일 노점 등을 이어가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정착한 곳이 부산이었다. 그는 '부산은 서울보다 일자리도 많고 따뜻해서 그나마 살기 나을 것'이라는 이웃의 말을 듣고 1970년 부산으로 내려갔다. 단돈 500원을 들고 내려간 부산에서 그는 가정집 가사 관리, 숙박업소 허드렛일 등 어떤 일도 마다치 않고 일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10년 만에 부산 영도 남항 인근에 2층짜리 '동남여관'(현 동남파크)을 인수했다. 당시 호황을 누리던 부산 경기와 함께 몸에 밴 부지런함에 숙박업이 번창하면서 1995년 같은 자리에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그 건물이 이번에 기부한 부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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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 등으로 일군 40억원 부동산 충남대에 기부한 윤근 여사. 충남대 제공


윤 여사는 "타향살이하며 스스로 일궈 온 인생을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타향살이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고향은 언제나 그리웠다"며 "경상도 사투리 속, 충청도 사투리가 섞여 들리기라도 하면 쫓아가 고향을 묻기도 하고, 영도에 남항대교가 건립되던 시기에 여관에서 묵던 충청도 출신 노동자들에게는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퍼줬다"라고도 했다.

윤 여사는 "동남여관에는 저의 인생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며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일을 이제야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나는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평생을 기구하게 살며 재산을 모았지만, 그 재산으로 형편이 어려운 충남대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해 세상을 이끄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겸 충남대 총장은 "여사님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부동산을 기부하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부자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윤근 여사로부터 기부받은 부동산을 교육시설, 수련원 등 다각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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