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모든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한 19일 송파구 한 대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손으로 가격을 고친 매물 안내문들이 게시돼 있다. 며칠 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인 매물로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호가 상승 사례가 잇따랐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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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끼고 잠실동 아파트를 사려고 가계약금까지 보냈는데 계약을 파기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자 A 씨는 갭투자를 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매수에 나섰다. 지난주 가계약금 200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백지화되자 가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파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되면 향후 거래가 어려워지고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24일)을 닷새 남겨둔 19일 서울 강남권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쉴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정신없었다. 서울시가 잠삼대청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불과 35일만에 이를 백지화하고 오히려 강남3구와 용산구 전역까지 확대 지정하자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민 B씨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이런 중요한 결정이 오락가락하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 달여 정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됐던 잠삼대청 지역은 혼란이 더 큰 모습이다.
지정 효력이 발효되는 24일 전까지 계약을 마무리하려는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매도인 2명이 호가를 기존 32억 원에서 31억 원까지 낮춰 팔겠다고 연락 왔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24일 전까지 갭투자 수요가 급격히 몰릴 것”이라며 “집주인들 중에서도 다른 아파트 계약 후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 매도를 서두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강남권과 용산구 시장은 다소 진정되더라도 갭투자가 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마포·성동 등 규제받지 않는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집값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허제 지정이 9월까지로 한시적인 데다 최근 공급물량 감소세 등이 이어지면 아파트값 하향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상급지 갈아타기 트렌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재건축 단지보다 갭투자가 용이했던 신축과 준신축 아파트가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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