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항공편 정보’ 판사 요청에 거부
“행정부 권한 지속적 침해 중단” 요구
대법원장 “탄핵 주장 부적절”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해 추방된 이민자들을 태운 항공편에 대한 추가 정보를 묻는 연방 판사의 요구를 거부하며 법원이 행정부 권한에 대한 “지속적 침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대규모 추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베네수엘라인을 태운 항공편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비행기의 이착륙 시간과 추방된 사람의 수에 대해 물었다.
법무부는 판사의 질문이 “국가 안보, 외교 관계 및 외교 정책과 관련된 절대적이고 검토 불가능한 행정부 권한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답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법원이 요구하는 정보 중 일부가 ‘국가 기밀’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이러한 명령의 전제는 사법부가 행정부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법부와 행정부는 동등하며, 특히 비법률적이며 사실과 무관한 문제에 대해 법원이 행정부의 특권을 계속 침해하는 것은 끝나야 한다”고 썼다고 AP는 전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또한 정부가 이미 항공편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에 법원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국가 기밀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 교도관들이 16일(현지시간) 테콜루카의 테러 구금센터로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을 이송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 제공·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보스버그 판사는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국적자 수백명을 ‘트렌 데 아라과’ 카르텔 소속으로 지목해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려고 한 조치를 일단 중단토록 하면서, 추방 항공편이 이미 이륙했더라도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탄핵 주장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하는 등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법원에서 이 사건이 계속 심리되는 동안 (불법이민자 추방지인) 엘살바도르행 비행편이 계속되나’라는 질의에 “특별히 계획된 비행편은 없다”면서도 “대규모 추방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레빗 대변인은 사법부와의 갈등 양상에 대해 “대통령은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고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한 큰 존경도 분명히 표했다”면서도 “대통령은 이러한 활동가 판사를 통제할 책임이 대법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레빗 대변인은 보스버그 판사에 대해선 “미국 땅에서 외국 테러리스트를 추방할 행정권한이 대통령에게 없다고 말하려 한다. 이는 판사의 심각한 권한 남용”이라며 “그는 민주당 활동가이다. 그의 아내는 민주당에 1만달러 이상을 기부했으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지속해서 경멸해왔다. 용납할 수 없다”고 탄핵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레빗 대변인은 “법원의 명령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백악관 고문단과 법무부가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고 항소할 것”이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할 것이고, 대법원까지 가야 할지라도 우리가 이길 것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