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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능력만 본다" 실무 테스트했더니…대졸 제치고 '금융맨' 된 고졸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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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토스뱅크 채용 문화/그래픽=이지혜




    토스뱅크 출범 이후 고등학교 졸업생이 9명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졸 특별채용이 아닌 대학교 졸업생과 동일한 전형을 거쳐 토스뱅크에 들어왔다.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문화로 토스뱅크가 고졸 구직자의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한 후 현재까지 9명의 고졸 직원을 채용했다. 이중 다수는 평범한 인문계고 출신이고 나머지는 취업을 목적으로 진학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이다.

    토스뱅크의 고졸 직원은 대졸과의 경쟁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어 입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는 오프라인 점포가 따로 없기 때문에 대규모 공개채용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인력이 필요한 부서에서 수시로 사람을 뽑는다. 수시채용 과정에서는 신입·경력을 구분하지 않고 학력도 나누지 않아 지원자가 모두 같은 조건에서 경쟁한다.

    고졸 직원이 입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토스뱅크가 능력 위주의 채용을 하고 있어서다. 토스뱅크는 100%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채용 절차에서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코딩 테스트는 서류 전형 이후 치러지는 실무 테스트로, 실제 서비스 개발·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문제로 다뤄 상당한 코딩 능력을 요한다.

    토스뱅크의 고졸 직원은 대부분 이 코딩 테스트를 높은 성적으로 통과한 IT 인력이다. 한 고졸 직원은 코딩 테스트 문제 5개 중 3개를 풀어 대졸 지원자를 제치고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졸 직원은 토스뱅크 내에서 △서버 개발자(Server Developer) △데브옵스 엔지니어(DevOps Engineer) △프론트엔드 개발자(Frontend Developer) △Node.js 개발자(Node.js Developer) 등으로 일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능력 위주로 채용하다보니 토스뱅크에는 학력을 중시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토스뱅크는 입사 지원서에 학력을 적는 란을 따로 두지 않는다. 이력서와 경력 기술서, 포트폴리오, 업무경험 정도만 적게 한다. 입사 후에도 직원은 인사팀에 학력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 직원간에도 출신 대학이나 지역을 묻는 것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뱅크는 호봉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학력에 따른 기계적인 임금 차별도 없다. 입사자 모두 연봉은 기본급으로 계약하고 나중에 업무 능력에 기반해 각종 수당을 지급받기 때문에 학력보다는 본인의 직무와 능력이 연봉을 좌우한다.

    이런 문화는 사실상 '고졸 할당제'를 운영하는 시중은행과 다르다. 시중은행은 매년 공채를 통해 수백명의 신입직원을 뽑는데,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규모 공채는 대졸을 위한 전형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전형 등을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하지만 입사 지원서를 낼 때 출신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을 모두 기입하게 해서다. 고졸과 대졸이 동등한 상태에서 경쟁하기 힘든 구조다. 고졸을 위한 전형은 '특성화고 특채' 형태로 별도로 진행한다.

    시중은행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공부한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고졸과 대졸의 임금에도 차등을 둔다. 한 시중은행은 학사는 최대 4년, 석사는 최대 1년, 박사는 석사 기간과 합산해 최대 6년까지 호봉으로 인정해준다. 또 시중은행은 같은해 입사했더라도 고졸과 대졸의 기수를 따로 부여해 양쪽을 구분 짓는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고졸 직원 중에는 해커 대회에 나가서 수상한 사람도 있고 공부보다 컴퓨터를 열심히 하면서 코딩 능력을 키운 사람도 있다"며 "입사 후에도 인사기록 카드에 학력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학력에 구애받지 않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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