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Nadia F Romanin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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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참상 생생히 목격한
헝가리 유대인 가정서 태어나
“전 세계서 믿기 어려운 괴롭힘
바다 향한 한 방울의 물일지라도
이 선택은 나의 양심을 위한 것”
지적이고 정교한 연주로 ‘피아노의 교과서’라는 수식이 따라붙는 헝가리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71)가 더 이상 미국에서 공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펼치고 있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괴롭힘” 때문이라고 시프는 밝혔다.
시프는 19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발언, 캐나다·그린란드·가자지구와 관련된 팽창주의적 위협, 독일 극우 정치인에 대한 지지 등에 우려를 표했다. 공연을 위해 홍콩에 머물던 시프는 NYT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시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추악함을 가져왔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동조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프는 내년 봄으로 예정된 뉴욕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을 취소했으며, 오는 가을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투어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프는 유럽 우익 운동에도 강한 비판을 해왔다. 그는 ‘트럼프의 절친’으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치하에서 헝가리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2010년 이후 헝가리를 방문하지 않았으며, 2013년 영국 BBC 인터뷰에서 ‘헝가리에 돌아가면 손이 잘릴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시프는 “트럼프가 오르반을 칭찬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오르반은 내가 역할모델로 생각하는 인물과 정반대”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오스트리아에 거주했던 시프는 그곳 보수 정치인들의 반이민 및 반유대주의적 언사를 강력히 비판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엔 러시아에서의 연주를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공연을 거부한 음악가는 시프가 처음이 아니다. 독일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도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지지 등을 이유로 미국 공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프는 여러 명반을 남겼다. 그는 독일과 영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4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시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법과 태도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백악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한 공격적 행동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또한 시프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시프는 “‘추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유대인 가족은 추방당했으며 일부는 아우슈비츠로, 일부는 다른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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