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2 (토)

[윤정호의 앵커칼럼] 조폭같은 정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호로 자슥아…앞으로 니캉 행두캉 울매나 잘나가는지 내가 한 번 두고 볼끼다. 몸조심해라."

조폭영화의 신기원을 연 곽경택 감독의 '친구' 입니다. 우정이 깊었지만 두 깡패는 결국 죽고 죽이는 운명이 됩니다.

정치가를 조폭에 비유하는 게 좀 그렇습니다만, 한 가지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권력 앞에서 모두 폭력의 유혹에 빠진다는 거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섬뜩합니다. 그것도 민주당의 최고위층 공식회의에서 였습니다.

"대통령 직무대행을 한다는 최상목 부총리가 아예 국헌 문란 행위를 밥 먹듯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 바랍니다."

말에는 날이 섰고, 표정도 딱딱했습니다. 말이 끝나자 바람이 불더니 종이 더미가 날립니다. 무슨 조화일까요? 아무리 화가 나고 분이 안 풀려도 그렇지, 일반인도 하지 않는 노골적인 협박과 극언을 지금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대행에게 퍼부은 겁니다.

이 대표 말을 듣고 지지자들이 사적 보복을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싶기도 했습니다. 비판이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요.

"이게 도대체 거대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IS와 같은 테러리스트가 한 말이 아닌지 잠시 착각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전에도 최 대행을 "대한민국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 "내란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수시로 탄핵을 겁박했습니다. 장관 겁박, 공수처 겁박, 헌재 겁박, 대통령 권한대행 겁박… 줄탄핵에 이어 줄겁박이 끝이 없습니다. 왜 그러는지는 알만한 분들은 다 압니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말로써 서로를 달래고 조정해 자유와 질서를 보존하려는 인간의 개명된 행위이다."

명심보감에서는 "입이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이란 혀를 베는 칼" 이라고도 했습니다.

"몸조심하라"고 한 건, '정치'일까요? '칼'일까요? 테러도 당하고, 권총 암살 제보에 방탄복까지 입은 이 대표가 할 언행은 아닙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서로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말'을, 해야 합니다.

3월 20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조폭같은 정치'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