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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창간인터뷰] "이찬혁 '파노라마', 아직도 심장 요동"…'청룡 여신' 한지민, 왕관의 무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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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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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새로운 '청룡의 여신'으로 성공적 데뷔를 마친 한지민(43)이 한국 영화를 향한 더욱 깊어진 사랑을 고백했다.

1990년 3월 21일 창간한 스포츠조선이 올해 35주년을 맞아 '청룡의 여신' 한지민을 만났다. 지난 2003년 방영된 SBS 드라마 '올인'(최완규 극본, 유철용 연출)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데뷔 후 단번에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은 한지민은 이듬해 MBC '대장금'(김영현 극본, 이병훈 연출)에서 서장금(이영애)의 친구 의녀 신비로, 2007년 MBC 드라마 '이산'(김이영 극본, 이병훈·김근홍 연출)의 성송연으로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한지민의 연기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영화 '해부학교실'(07, 손태웅 감독)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11, 김석윤 감독) '역린'(14, 이재규 감독) '밀정'(16, 김지운 감독) 등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쌓더니 '미쓰백'(18, 이지원 감독)으로 만개, 데뷔 이후 15년 만인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첫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새로운 '청룡의 여신'으로 제3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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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로서의 첫 번째 청룡영화상을 끝낸 뒤 4개월 만에 만난 한지민은 "마치 청룡영화상이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솔직하게 내게 엄청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신인 때보다 더 큰 긴장감을 가진 무대였다"며 "사실 청룡영화상 MC를 제안 받았을 때부터 나의 뇌구조는 오직 '청룡'이었다.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라도 제안을 받았을 때 그런 긴장감을 가질 무대가 청룡영화상이었을 것이다"고 곱씹었다.

그는 "너무 떨리기도 했고 실제 무대에서는 수상자들이나 시상자들의 멘트가 MC 자리까지 잘 안 들리더라. 리허설 때는 조용한 상태에서 연습하는 것이라 말소리가 안 들린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생방송 때는 객석에 관객도 많고 무대도 울려서 잘 안 들려 당황하기도 했다. 시상자나 수상자들의 멘트에 리액션을 해야 하는데 거의 상상하면서 리액션을 한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시상식 전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 MC 이제훈과 한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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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MC 한지민, 이제훈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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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한지민과 이제훈이 지코의 등장에 놀라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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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이찬혁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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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을 통해 열렬한 응원과 사랑을 받았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는 한지민이다. 그는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 새 MC에 대한 반응을 아직까지 못 찾아보고 있다. 분명 새로운 MC를 향한 쓴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아직도 그러한 반응이 두려워 못 찾아보고 있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청룡영화상을 끝내고 속이 1도 후련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도전하고 후련하지 않은 적이 처음이다. 물론 1부보다 2부가 조금 더 긴장이 풀려 편해지는 분위기는 있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부담되고 긴장됐다. 원래 연기할 때도 내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스태프들이 칭찬을 해줘도 스스로 개운하거나 속 시원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날 집에 갔는데 각성돼 잠이 안 오더라. 청룡영화상 때 지치지 않으려고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마셨는데 그 이유 때문인지 몸이 피곤해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긴장을 풀려고 집에서 맥주 한 캔에 짜장라면을 먹기도 했는데 후유증이 오래 갔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이찬혁 씨의 '파노라마' 공연 때 긴장이 최고치였는데 그 때문인지 요즘 가끔 라디오에서 '파노라마' 노래가 나오면 갑자기 심장이 뛰더라. 무언가 당시 분주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트라우마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찬혁 씨에게 미안하지만 '파노라마'는 당분간 듣지 못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청룡영화상 MC 자리는 겪어본 적 없는 무게였다.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자로 호명될 때 느끼는 떨림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몰려왔다. 한지민은 "입이 바짝 마른다는 경험을 살면서 얼마나 해봤겠나? 너무 입이 말라 입술이 치아에 자꾸만 붙더라. 생방송의 묘미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했다. 과거 KBS2 '연예가 중계' 때 생방송을 경험했는데 그때와 차원이 다르다. 무대에 오르자 많은 선·후배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 무게에 짓눌리기도 했던 것 같다"고 그 날의 상황을 떠올렸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청룡영화상 MC는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맡았으며 총 18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지민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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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청룡영화상 MC는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맡았으며 총 18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김혜수가 한지민의 수상소감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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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청룡 여신'으로 군림했던 김혜수의 애정 어린 후기도 특별했다. 한지민은 "(김)혜수 선배가 청룡영화상 당일 스케줄 이동 중에도 생방송으로 시상식 전체를 본방사수 했다고 하더라. 청룡영화상을 끝낸 뒤 곧바로 혜수 선배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저 너무 힘들었어요' '어려웠어요'라며 어리광을 엄청 부렸다. 그럼에도 혜수 선배가 '처음인데 너무 잘했다'며 응원과 칭찬을 가득 해주셨다. '한지민의 첫 번째 청룡영화상은 너무 좋았고 괜찮았고 잘 어울렸다'라는 선배의 말이 큰 힘이 됐다"며 "30년간 청룡영화상 한 길을 걸은 김혜수 선배의 뒤를 잇는 일인데 어떻게 부담이 안 될 수 있겠나? 그런데 반대로 그러한 영광을 거절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용기를 냈는데 역시나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말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혜수 선배가 너무 일찍 은퇴를 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이쯤 되면 혜수 선배가 내게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웃음)"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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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룡영화상을 성공리에 끝낸 뒤 결코 안도하거나 쉴 수 없었다는 한지민은 "벌써 4월이 됐다. 눈 깜빡 감았다 뜨면 올해의 청룡영화상이 올 것 같더라. 첫 번째 청룡영화상을 끝낸 뒤 다짐한 게 있다. 한국 영화가 개봉하면 될 수 있는 한 모든 작품을 극장에서 보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요즘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이 K-콘텐츠, K-팝 덕분에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긍심도 생긴다. 한국 영화는 영화인들이 최선을 다해 한 편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은 대중과 관객의 사랑이 조금 더 절실하게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청룡영화상 MC로서 관객이 한국 영화에 조금 더 관심과 사랑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한지민은 "아직도 꿈 같은 시간이다. 청룡영화상에서 보낸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꿈 같은 시간이었고 모든 게 믿어지지 않는 환상 같이 느껴진다"며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고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룡영화상은 잘 해내고 싶은 무대다. 연기 이외에 처음으로 욕심이 생기게 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블록버스터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지난해 청룡영화상 보다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그리고 긴장감을 내려놓고 더 깊어진 MC로 다시 관객을 찾아가겠다.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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