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허호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월 들어 기온이 오르며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봄철 여행지를 고민한다. 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제주도를 목적지로 하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항공권 가격에 숨겨진 경제학 원리를 이해하면 보다 저렴하게 티켓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이 낸 ‘한은소식 2025년 3/4월호’에 담긴 ‘제주행 항공권은 언제 가장 저렴할까?’라는 글에서 조강철 한은 물가통향팀 차장은 제주행 항공권 가격이 “고속·시외버스나 열차와 달리 구매 시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그 이면에 담긴 ‘가격 차별’ 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업의 가격 차별 전략은 동일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조 차장은 이 전략에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고 했다. 이는 어떤 상품의 수요가 가격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특정 상품의 수요 가격 탄력성이 높으면 그 상품의 가격이 조금만 올려도 사려는 사람, 곧 수요가 크게 줄고, 가격이 조금만 내려도 수요는 많이 늘어난다. 반대로 수요 탄력성이 낮다면 가격의 오르내림에 수요 변화가 크지 않다. 예컨대 고급 자동차, 명품 등 사치품은 수요 가격 탄력성이 높고, 쌀, 밀가루, 고기, 채소 등 필수 식재료는 수요 가격 탄력성이 낮다.
항공사는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가격으로 상품을 팔기보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은 집단에 낮은 가격을,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집단에 높은 가격을 매기는 차별 전략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업이 소비자 집단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다. 예를 들어 화요일처럼 수요가 덜 몰리는 평일에 제주로 향하는 항공권과 주말인 토요일 항공권 가격을 비교할 때 전자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조 차장은 “화요일 표를 사는 소비자는 주말 여행자보다는 시간 여유가 많고, 이에 따라 출발 요일보다는 항공권 가격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곧, 평일 여행자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은 집단이기 때문에 기업이 이들에게 더 저렴한 항공권을 제시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저렴한 제주 항공권을 구하려면 어떤 계절, 요일, 시간대가 관광객 입장에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을지 생각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제주관광공사 보고서(2024년 2월호)를 보면, 월별로는 2023년의 경우 10월, 5월, 8월, 4월, 6월 순으로 관광객이 많았다.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항공권 가격을 크게 할인하지 않아도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아 수요 가격 탄력성이 떨어진다. 이 경우 항공권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은 12∼3월과 7, 9월에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질 수 있다.
글은 “요일별로는 주중인 화요일에서 목요일 사이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권이, 시간대별로는 늦은 오후 이후 저녁 시간대 제주로 향하는 항공권이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 가격이 싸다”고 결론을 지었다. 다만 무조건 싼 항공권을 산다고 전체 여행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저녁 비행기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 값은 쌀 가능성이 크지만 숙박비가 더 들 수 있기에 가격을 잘 따져봐야 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