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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삼성이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삼성다움'을 회복하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따끔한 한마디에 그룹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이 힘을 쓰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을 의식한 발언인데, 외부에선 위기 때마다 목소리를 낸 역대 삼성 총수처럼 이재용 회장도 쓴 소리로 그룹의 변화를 유도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계열사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영상을 통해 사업 태세의 재정비를 주문하며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2년 만에 찾아온 회복 국면에도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핵심 품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궤도에서 이탈했고, 스마트폰이나 TV와 같은 대표 제품도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이재용 회장으로서도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하고 사업 태세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철 창업주의 '도쿄 선언'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는 1983년 일본 도쿄에서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해야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반도체가 국가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산업이 될 것이란 혜안에서다.
사실 당시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가전 등 사업에선 두각을 드러냈지만, 반도체와는 연이 없었던 탓이다. 국내외에선 삼성이 실패할 것이란 회의적 여론이 상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삼성전자는 그 해 12월 국내 최초로 64K D램 독자 개발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확인시켰고, 지금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선두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병철 창업주의 남다른 혜안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셈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살아남으려면 기존 방식과 조직 문화를 버려야 한다는 취지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어록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의 선언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었다. 이후 삼성은 품질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불량률을 줄이는 데 신경을 쏟았다. 1995년엔 시중에 판매된 휴대전화 15만대를 회수해 공장 운동장에 쌓아놓고 임직원 2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 불태우는 '애니콜 화형식'으로 혁신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기도 했다.
이에 재계에선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재용 회장의 이번 발언도 그룹의 이정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내놓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총 중 "최근 주가가 주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사과드린다"며 "AI 반도체 시장 대응에 실패하고, 스마트폰·TV 등 주요 제품이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발(發) 관세 이슈 등 대내외 환경이 어렵지만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믿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언급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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