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넘게 이어지는 탄핵 정국…시위 격화되며 혼란 고조
헌재 앞 5가지 장면으로 보는 대한민국 사회 '민낯'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에서 4개의 확성기가 설치된 차량을 타고 헌법재판소 주위를 돌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하던 유튜버를 비롯해 보수 시민들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2025.3.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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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권진영 기자 = 탄핵 정국이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헌법재판소 앞은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혼돈을 집합시켜 놓은 축소판처럼 변해가고 있다.
여야 정쟁과 폭력이 난무하고 소음과 무질서가 횡행하는 분위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헌재 앞 장외 투쟁하는 여야…자리 다툼에 고성
당초 헌재 앞은 탄핵 찬반을 주장하는 1인 시위자들의 공간이었지만 정치권이 여론전을 위해 최근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정쟁'의 무대로 변모했다.
공간이 비좁은 탓에 양측 인원이 서로 섞이면서 '탄핵 각하'와 '즉시 파면' 플래카드가 혼재되는 모습이었다. 고성이 오가며 맞불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양측의 구호와 발언은 서로에 묻혀 거의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가진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에서 계란을 얼굴에 맞은 후 윤석열 지지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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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계란 투척에 날아차기까지…폭력 난무에 경찰 조사 착수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전날 오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건너편에서 날아온 계란 세례를 받았고,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전날 오후 60대 남성의 발에 오른쪽 허벅지를 걷어차였다.
경찰은 현장 영상을 분석하며 '계란 투척'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이 의원의 폭행 신고와 관련해서는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경찰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 정문으로 이동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주장하는 시위대를 차단하고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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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집회' 강제해산 진행…경찰과 시위대 대치
경찰은 전날 '계란 투척 사건'이 발생한 후 다수가 모여 같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는 1인 시위를 벗어난 '미신고 집회'로 판단, 강제 해산을 진행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이 과정에서 "경찰에 떠밀려 넘어졌다"며 부상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시위대 사이에서는 "중국인 가짜 경찰이 경찰복을 입고 1인 시위자들을 끌어냈다"는 가짜뉴스도 퍼지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탄핵 각하'를 외치며 헌재 건너편에 모인 수십 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이니 이동해달라"고 해산을 요청했지만, 시위대는 "왜 좌파는 안 막고 우파만 막느냐"고 반발하며 이동을 거부하고 있다.
21일 오전 메가폰을 단 검은 봉고차가 헌재 주변을 끊임 없이 돌며 시위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 뉴스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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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 돌며 메가폰으로 시위…100데시벨 이상 '소음 공해'
헌재 정문 앞 도로 양옆은 경찰버스로 막혔지만 메가폰을 차에 달고 끊임없이 돌아오는 차량에 대해서는 경찰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못했다. "윤석열 구속"이라고 외치는 흰 승용차 운전자에게 경찰이 주의를 준 지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탄핵 무효"를 외치는 검은 봉고차 운전자도 등장했다.
시위 차량에 막혀 길이 막히자 뒤차 행렬은 '빵빵'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직접 소음을 측정한 결과 100데시벨(dB)까지 올라갔다. 헌재 왼편 농성장 앞에서 필리버스터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스피커 소리를 최대 90데시벨까지 키웠다.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탄핵 반대 시위자들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김민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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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점거' 천막 농성에 곳곳 쓰레기·오물로 난장판
이날 오전 기준 12명이 단식 중인 가운데 근처에는 "극도의 안정을 요하므로 의료진 외엔 출입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천막 가장자리에서는 중년 여성 한 명이 긴 요가매트를 깔고 '대통령 직무복귀 기원' 1만 배 절을 하고 있었다.
헌재 곳곳에는 쓰레기와 오물이 나뒹굴고 있었다. 헌재 앞에는 '1인 시위 참여자'에게 보낸 택배 비닐봉지도 주인을 잃은 채 굴러다니고 있었고 전날 '계란 투척 사건'으로 떨어져 말라붙은 계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헌재 인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는 시위자들이 제작한 유인물이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었다. 정문 오른편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을 반대하며 보낸 화환들이 어지럽게 쓰러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헌재 정문 인근에 쓰러진 채 방치되고 있는 화환들 / 뉴스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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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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