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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배우 유아인은 훌륭, 인간 유아인은 아쉬워"…이병헌, 無포기 '승부'에 대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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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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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아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아빠이자 한국이 보증하는 배우 이병헌(55)이 또 한번 인생작을 경신하며 스크린의 제왕으로 이름값을 증명했다.

휴먼 드라마 영화 '승부'(김형주 감독, 영화사월광 제작)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을 연기한 이병헌. 그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승부'의 출연 계기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승부'는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90년대를 배경으로, 전 세계가 인정한 바둑 레전드 조훈현 국수(國手)와 이창호 국수를 실제 모델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대한민국을 바둑 강국으로 이끈 조훈현 국수가 바둑 영재로 유명했던 이창호 국수를 수제자로 받아들인 후 펼친 바둑 대결에서 패배, 절치부심의 자세로 돌아가 초석부터 새롭게 다지며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승부사 조훈현 국수의 삶을 조명했다.

특히 '승부'는 조훈현 그 자체가 된 이병헌의 명품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23년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에서 눈알을 갈아 끼운 명연기로 384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이병헌은 '승부'에서 조훈현과 빙의된 신들린 열연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조훈현으로 얼굴을 갈아 끼운 이병헌은 조훈현의 사소한 습관부터 심연 깊은 곳의 감정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명품 배우의 품격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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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병헌은 "'승부'가 OTT 공개 이야기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극장 팬이어서 그런지 스크린에서 영화를 선보이게 돼 너무 신났다. '승부'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은 개봉을 하게 돼 작업에 참여한 배우로서 뛸 듯이 기쁘다. 배우나, 감독, 스태프들이 정성껏 만든 작품인데 물론 OTT로 보여주면 더 많이 시청할 수 있겠지만 우리 영화를 두 시간 동안 좀 더 집중해서 큰 스크린으로 보길 바랐다. 디테일한 감정과 사운드를 자세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그걸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니까 만든 사람으로서는 뿌듯하지 않나? 굉장히 좋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처음 이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 영화 시나리오와 함께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다큐멘터리를 같이 봤다. 너무 재미있더라. 이 영상을 보자마자 단번에 '이 영화를 내가 하게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바둑 신동이었던 이창호를 조훈현 국수가 데려다 놓고 키우면서 어느덧 결승에서 두 사람이 맞붙는다. 다큐멘터리에서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가 아침에 같이 차를 타고 대국을 가는데 그 차 안의 묘한 분위기도 독특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패배하고 돌아온 뒤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가 대화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뒷모습도 내겐 아무 이야기가 없어도 드라마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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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직접 본 조훈현 국수의 평가도 특별했다는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가 시사회 때 와서 영화를 봤는데 나는 그날 그 분이 올 줄 몰라 당황하기도 했다. 어떻게 영화를 볼까 굉장히 궁금하지 않나? 직접적으로 묻지는 못했지만 그 분이 남겨준 평을 들었다. 내가 들은 바는 너무 영화가 재미있고 영화 속 주인공들의 심리들이나 감정들이 굉장히 잘 표현돼 놀라웠다고 하더라. 다만 조훈현 국수가 '이창호에게 내가 그렇게까지 야단치지 않았다'고 하더라. 스승은 돌 하나하나 가르치는 것보다는 길잡이가 될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시사회 전에도 조훈현 국수를 한 번 만났는데 그때 조훈현 국수가 '내가 예고편을 봤는데 나인줄 알았어'라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어릴적 SBS 드라마 '올인'의 실존인물 차민수 씨 연기를 하지 않았나? 실제로도 차민수 씨와 조훈현 국수가 어릴 적 절친이라고 하더라. 두 분의 인생을 내가 연기한다는 게 참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는 실존 인물을 그리는데 작가가 가장 고민되었을 것이다. 왜곡되거나 거짓이 보인다면 지탄받을 수 있는 지점이 정말 많다. 배우는 연기할 때 창조된 픽션을 가지고 연기하면 자유롭다.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는데 이렇게 실존 인물이 있는 경우 자유로움은 배제되어야 한다. 최대한 비슷하게 감정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데 그런 지점이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존 인물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바둑을 배워야 하는 것도 도전이었다. 바둑판에 돌을 놓는 것부터 배워야 했다, 돌을 잡고 놓는 것은 물론 돌 사이에 돌을 놓는 자세 등 레슨을 받았다. 레슨을 받은 뒤 집에 돌아와 연습을 해야 하는데 아들이 내 바둑 연습을 돕기도 했다. 내가 바둑을 잘 모르니까 바둑을 알려줄 수는 없었지만 대신 아들에게 오목을 가르쳐 같이 오묵을 두며 나는 나 대로 바둑돌 놓는 연습을 했다. 아들이 스케줄이 있어 오목을 못 둘 때는 아내 이민정이 대신 나서 같이 오목을 두기도 했다"고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을 털어놨다.

특히 이병헌은 이번 '승부' 시사회 때 처가는 물론 아들, 아내, 어머니 등 가족들을 대거 시사회에 초대해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는 후문. 이병헌은 "이번 '승부'는 장인어른도 시사회에 왔고 아내, 아들도 같이 와서 봤다. 다들 잘 봤다는 평을 해줬다. 장인어른은 그 시대적 배경을 워낙 잘 알고 바둑도 팬이라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장인어른이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칭찬도 해줬다"며 "아들이 열 살인데 요즘 내 영화를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아들에게 가장 처음 보여 준 영화가 '광해: 왕이 된 남자'(12, 추창민 감독)였고 그 다음이 '공동경비구역 JSA'(00, 박찬욱 감독)였다. 그리고 최근 시사회에서 '승부'를 보여줬다. 아들이 요즘 세대라 그런지 아무래도 남북 관계에 대해 낯설어 '공동경비구역 JSA'는 이해를 잘 못하더라. '왜 남한과 북한 병사가 친구가 되면 안되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승부'는 잘 본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굉장히 슬펐다고 하더라. 아내 이민정도 이창호(유아인)가 조훈현의 집을 떠났을 때 슬펐다고 하더라. 아들도 그 장면에서 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요즘 아들은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빠의 영화를 보면 완전 다르게 행동한다. 갑자기 나를 꼭 껴안으며 붙어있으려고 하는데 그게 이틀 정도 간다. 아들이 더 어렸을 때는 밖에서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 팬이라고 하면 저 멀리에서 달려와 내 손을 잡고 상대를 본다. 약간 '나 이병헌 아들이야'라며 행동하는 데 그 모습이 귀엽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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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2월 불거진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직격타를 맞아 개봉까지 4년이 걸린 '승부'의 험난한 과정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병헌은 "유아인은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이 작품에서 보여줬다. 이창호 국수와 같은 무덤덤한 모습은 물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과 말투, 몸짓으로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에 젖어 들었는지 진짜 그 친구의 성격을 알 수 없었다. 촬영장에서 정말 과묵하더라"며 "다 떠나 유아인이 이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는 배우 하나가 잘한다고 해서 빛나는 건 아니다. 함께 잘해야 상승하고 그래야 보는 사람도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유아인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곱씹었다.

그는 "물론 그 사건(유아인 마약 스캔들) 이후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나 보다 먼저 걱정이 된 것은 김형주 감독이다. '보안관'을 찍고 정성스레 이 작품을 준비했는데 이걸 관객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감독의 노력이 허사가 된다. 그래서 나 보다 김형주 감독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며 "그 사건 이후 유아인과 연락을 따로 한 적은 없다. 사건 이후 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전화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니라서 사건이 터지고 연락 하기 더 어려웠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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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이병헌,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김강훈 등이 출연했고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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