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치킨게임]<상> MS 경쟁에 멍드는 시장
운용 보수 조정 구체 기준도 없어
美 뱅가드 정기적 공개와는 대조
점유율 경쟁에 마케팅비도 급증
장기투자 유도위해 업계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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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가 운용보수를 낮추면 앞으로 무엇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보수를 인하한 것인지도 알려야 합니다.”
올해 2월 이후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들이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연쇄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지켜본 금융 당국의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운용보수 등 시장 가격에 개입할 근거나 명분은 없지만 보수 인하 경쟁이 시장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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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정기적으로 운용보수 정책을 공개한다. 올해 2월에는 회사가 운용하는 87개 뮤추얼펀드 및 ETF 운용수수료를 평균 20% 인하하면서 투자자들이 아낄 수 있는 비용을 연간 3억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투명한 보수 인하 정책에 힘입어 대표 ETF인 ‘뱅가드 S&P500(VOO)’은 수십 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SPDR S&P500(SPY)’를 제치고 세계 최대 ETF로 올라섰다. 미국은 자산운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 같은 박리다매 전략이 가능하지만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한국에서는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
최근 ETF 상품 구조가 기초자산에서 파생형, 패시브에서 액티브, 시장 대표지수에서 테마형 등으로 바뀌는 것도 운용사들이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상장하기 때문이다. 11일 미국 양자컴퓨팅에 투자하는 ETF가 4개나 동시 상장했고 삼성자산운용은 당국의 우려에도 옵션 파생상품을 활용한 버퍼형 ETF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생상품과 연계된 고위험 투자나 테마형 상품 등 단기 모멘텀 투자가 결국에는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고 시장 신뢰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용사 경쟁이 보수에서 그치지 않고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ETF 1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강남역 사거리 대형 전광판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광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실비용 반영 수익률 1위’를 내세우고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업계 최저 실부담비용’을 앞세우고 있는데 이는 모두 상대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용사들이 쓰는 마케팅 비용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ETF 브랜드명을 바꾼 KB·한화 등의 운용사를 중심으로 광고비 지출이 크게 상승했다.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불가피하게 증가할 수 있지만 ETF도 결국에는 금융상품인 만큼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인식이다. 앞서 금감원은 국내 10개 자산운용사의 ETF 광고 252편을 조사해 오인 가능성이 있는 수익률을 표시하거나 최저·최초 등 과장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건 상태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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