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방문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중앙일보 김현동 2025.03.20.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21일 발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탄핵 선고가 오는 24일 지정되면서 ‘스텝이 꼬였다’는 평가에도 탄핵 추진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임박했다고 보고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 주 한 총리 탄핵 심판 결과와 본회의 일정에 따라 ‘탄핵안 발의’ 모션만 취하고 실제 표결 절차는 밟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단식농성장을 찾아 “최 대행은 대놓고 국법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그냥 법률과 헌법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게 아니라 헌재의 명확한 판결조차 대놓고 거부하고 있는 이 자체가 국헌 문란 행위”라고 했다. 최 대행이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22일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봐도 최 대행 본인이 이번 내란 행위의 주요 임무 종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후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정춘생 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기획재정부장관(최상목)’ 탄핵소추안을 접수했다. 의원 188명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을 보면, 최 권한대행 탄핵사유는 △12·3 내란 관련 행위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마용주 대법관 임명 거부 △내란 상설특검 임명절차 불이행 등 네 가지다.
민주당이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기일 지정에도 최 대행 탄핵을 강행하기로 한 데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연되고 극우의 준동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최 대행 탄핵이) 오히려 헌재의 권위와 위상을 살려주는 것”이라며 “헌정 파괴 세력’과의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전선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앞으로 중요한 건 ‘헌법 수호’ 가치를 누가 선점하느냐”라며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최 대행 케이스를 방치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왔을 때도 주장의 정당성이나 명분이 떨어진다”고 했다.
다만, 최 대행 탄핵안이 실제 표결에 이르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24일 한 총리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탄핵안 처리에 동력을 잃을 수 있고, 탄핵소추안 보고와 표결을 위해서는 본회의를 이틀 연속 열어야 하는데 본회의 개의 권한이 있는 우 의장이 최 대행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은 발의 뒤 처음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보고 뒤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탄핵안 발의만 하고 처리 여부는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지도부 관계자는 “발의는 해놔도 표결 처리는 안할 수 있다”며 “탄핵을 한다고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터라, 발의나 처리 여부가 추가적으로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 대행 탄핵 추진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다. 당 내부부터 최 대행 탄핵 추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원내대표가 몇 차례 공언하는 바람에 무를 수 없어서 발의하게 된 것 아니냐”며 “계속 ‘줄탄핵’이니 뭐니 하는데 정치 고관여층은 모르겠지만 일반 대중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윤 대통령 파면선고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한 다선 의원은 “의원들이 지도부에 탄핵추진 결정을 위임한 것은 사실 조금 탄핵을 유보해두자고 위임한 것인데, 오히려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 총리가 복귀한 후 기획재정부 장관을 탄핵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실익은 적고, 국민의 불안은 가중시키게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최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에 맹공을 퍼부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최 대행 개인에 대한 겁박을 넘어 나라 전체를 절단내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다”며 “다음주 월요일 한덕수 국무총리 복귀가 자명한데 기어이 경제부총리를 탄핵하겠다는 것은 목적을 잃은 감정적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일제히 민주당을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협박이 통하지 않자 국민의 삶을 볼모로 대한민국을 묶어놓는 이 대표야말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주당이) 아주 나라를 거덜 내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도 의회 테러를 이용해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