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연세·경북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최종 등록·복학 신청마감 기한인 21일 고려대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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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오께 연세대 의과대학.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여느 대학처럼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활기는 없었다. 연세대를 비롯해 고려대, 경북대는 이날 휴학 중인 의대생의 등록 신청을 마감한다. 학교는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은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유급·제적 조처할 계획이다. 캠퍼스에서 만난 이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학생 복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했다. ‘1학년 강의실’ 팻말이 달린 교실 앞에서 만난 너댓명의 학생들은 기자가 말을 붙이자 “이런 거에 답하지 말라고 했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교직원들도 “학생 복귀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세 학교 학생들의 복귀 여부에 이달 말 복귀 데드라인을 앞둔 다른 학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의대생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21일 마감하는 대학에서 등록과 복학에 유의미한 기류의 변화가 있으며 상당한 학생의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 학교 가운데 한 곳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50여명이 복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경북대는 자정까지 등록·복학 신청을 받고, 고려대는 이날 오후 4시에 마감할 예정이었으나 다시 자정께로 기한을 연기했다. 고려대는 이날 오후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현재 지속적으로 등록이 이뤄지고 있으며, 등록 기한 연장에 대한 문의가 많아 등록 기한을 금일 11시59분까지 연장했다”고 안내했다.
다만 정확한 집계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학별 의대 복귀 현황과 관련해 대학에서는 3월 말까지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또한 교육부에도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이에 한 비수도권 의대 교수는 “복귀율이 높든 낮든 학생들을 자극할 수도 있고 (복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대 교수는 “학생들이 서로를 강하게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귀율이 높으면 높은대로 복귀를 강하게 반대하는 학생들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에 복귀 호소하는 교수·학장들 목소리 커져
교수·학장단체 사이에서 학생들을 향해 복귀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복귀 시한 마감을 앞둔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정부에 “휴학을 승인하지 못하도록 한 전체주의적이고 반자유적인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하면서도 학생들을 향해 “학업의 전당으로 복귀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앞으로의 투쟁은 윗세대에게 넘기고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학업에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협회는 결원 발생시 편입학으로 충원을 검토한다고 알려진 데 대해선 잘못된 정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의대협회는 서신에서 “일부 언론 기사에서 언급한 제적 후 타학과 편입으로 의과대학을 구성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며 “어떤 의과대학에서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대협회는 “복귀한 학생 보호는 철저히 이뤄질 것이니 안심하셔도 된다”며 “등록을 주저하는 학생은 더 이상 미루지 말기를 당부한다”고도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등 의학교육단체들의 모임인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도 이날 호소문을 내 “지금은 우리의 교육과 의료 현장을 함께 지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현재의 수업 거부 사태가 올해도 지속할 경우 내년에는 2024, 2025, 2026학번이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교협은 “현재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학업으로 복귀”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하던 의협도 태도 변화 기류
다음 주로 등록 마감 시한을 정한 학교들도 학생 복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대는 이날 2024·2025학번 의대생과 학부모, 그 외 학번 의대생과 학부모, 의대 교수들에게 각각 총장 명의의 서신을 보내 복귀를 독려했다. 특히 24·25학번 학생들에겐 “이달 27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복귀로 인해 2026학년도에 3개 학년이 1학년 교육 대상이 될 경우 “학교 입장에서는 교육과정 운영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복귀를 허가할 수밖에 없다”며 제적으로 인해 재입학 상황 발생 시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의대생이 집단 제적되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회원 대상 서신을 통해 “(사직전공의, 학생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향후 그들의 선택 또한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 수도권 의대 관계자는 “의협이나 전공의 단체가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도 학생들은 의료계가 내는 ‘단일대오’ 메시지만 믿고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정책이라는 건 한 번에 바뀌기 어렵다. 복학하고 차근차근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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