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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4 (월)

[기자의 눈]설명이 사라진 법정, 이유 모를 재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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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 정문으로 이동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주장하는 시위대를 차단하고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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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설명을 잘 했다면 지금의 논란은 반으로 줄었을 겁니다"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지켜본 한 법조인의 말이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 절차를 종결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가운데 최장 숙의 기간이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탄핵 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 위반 문제를 정리하지 못해 선고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헌재는 그간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학계 등으로부터 줄곧 절차 위반 문제를 지적 받았다. 무려 '헌법재판소'가 지적받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증거 채택 관련 부분이다. 지난 2020년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 헌재는 이 같은 개정 내용과 달리, 비상계엄 관련자들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 측이 변론기일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자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평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일축했다. "주장할 시기가 지났다"고도 했다.

'우리가 그렇게 결정했으니 그만하라'는 재판 진행은 당사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장에 때가 있다'는 말에 공감할 국민들도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때 헌재가 자세한 이유를 말하며 당사자와 국민을 설득했다면, 절차 위반 논란이 이토록 거세게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명에 야박하다는 평을 받는 것은 비단 헌재만이 아니다. 법원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불친절한' 판결문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판결문에 사실관계와 결론은 있는데, 중간에 있어야 할 '왜'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토로한다. 심지어 사실관계만 줄줄이 늘어놓다가 바로 결론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판결문을 받은 당사자들은 아무리 읽어봐도 '내가 왜 이런 판결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변호사들도 의뢰인에게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변호사조차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결과에 대한 승복도 어렵다.

사법부가 법률 전문가로서 법적인 검토와 충분한 숙고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고 해도, 당사자가 이유를 알 수 없다면 그것이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은 당사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정할 수도 없고, 신속해봤자 더 큰 불만만 생길 뿐이다.

사법부는 당사자를 충분히 설득해 결과에 승복하도록 한 후 그가 미래로 나아가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유 모를 판단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며 과거를 끌어안고 멈춰있게 해서는 안된다.

헌재와 법원이, 그리고 현재의 사법부가 이런 고려 없이 앞으로만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때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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