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향후 추가인상 유력
韓, 경기우려에 장기물 금리↓
엔화 강세 베팅도 늘고 있어
美·日 10년물 금리차가 관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일본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초장기물로 분류되는 30년물 금리는 시장 지표 채권은 아니지만 저성장·저금리의 대표 국가인 일본이 한국보다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역내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엔화 강세 전망에도 힘이 실리면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대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22일 “오르지 않을 거 같았던 일본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경기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유인도 생겼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반면 한국은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니 장기물 위주로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진단 대로 한국과 일본 경기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채권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11일 채권시장에서 일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연 2.574%를 기록해 한국 국고채 30년물 금리(2.563%)를 뛰어넘었다. ★본지 3월 12일자 8면 참조
10일 종가 기준으로도 일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2.6%로 한국 30년물(2.596%)보다 높았다. 최근 들어 일본 국고채 10년물도 1.575%까지 올라 16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일본 국채금리가 뛰고 있다.
일본 경기 지표가 양호한 점도 일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환산으로 2.2%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2.8%)보다는 하향 조정됐지만 시장 예상치(1.0%)는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경기가 좋다고 예상되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 장기물 국채금리는 상승한다.
반면 한국 국고채 30년물은 국내 경기 하강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데다 보험사들의 매입 수요가 이어지면서 최근 한 달 사이 금리가 떨어졌다. 지난달 21일만 해도 2.678%로 가리키던 금리는 21일에는 2.548%로 0.13%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기에 부채 평가액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 채권을 주로 매입한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수석은 “일본과 한국의 경기 전망이 엇갈리면서 장기물 국채금리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초장기 국채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이 더 이상 ‘제로(0)금리’ 국가가 아니라고 인식돼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 유인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뛰는 동안 최근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5~1.7%까지 떨어져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BOJ의 통화정책 속도전으로 지난해와 같은 청산과 시장 충격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