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2 (토)

[인터뷰]"상호관세, 미국서 먹혀…2~3개월 시간 예상" 통상전문가 여한구의 조언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월 2일 미국의 각국을 상대로 한 상호관세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현지에서 활동 중인 통상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왜 상호(reciprocal)관세를 내세우는지 알아야 하며 채찍 대신 '당근'을 사용해서 미국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우려가 제기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압박 가능성에 대해선 수입 1위 국가인 지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 /사진=여한구 선임위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수출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관세)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상호관세라는 표현은 낯설다.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무역관행을 중단하는 국가는 관세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관세율이 국가별로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미국과 무역량이 많으면서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15% 국가들을 '지저분한(dirty) 15'로 분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호관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과 19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 선임위원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영 FTA(자유무역협정) 등의 수석대표로 다수의 양자 및 다자 간 무역협상에 참여한 베테랑 통상전문가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상무관으로 근무하면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참여했으며, 2021~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여 선임위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여한구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월 2일 이후 미국과 각국 간 양자 협상이 시작될 것 같다. 한국이 어떻게 협상해야 한다고 보는가.

▶4월 2일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는데 국가별로 일률적인 관세를 매기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200개 국가를 다 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에 집중적으로 상호관세 부과가 될 거라고 본다.

4월 2일 발표를 하면서 발효시점은 2~3개월 정도 후로 제시하고 그 사이 개별 국가들과 집중적으로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추측된다. 한국과 관련해서 다소 우려되는 건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말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팩트에 기반하지 않고 한번 머리에 입력된 건 계속 그렇게 믿으면서 가는 경향이 있다.

실무 단계를 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굉장히 작은 조직이다. 200명 남짓한 인원이며 얼마 전에 부대표 등이 임명됐기 때문에 2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00개 국가의 관세장벽, 비관세장벽, 환율, 부가가치세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서 정교하게 관세율을 책정하는 게 어렵다. 상호관세라고 하면 자동차면 자동차, 철강이면 철강, 농산물이면 농산물 품목별로 관세를 매칭해서 이게 과연 공정하냐 (따져서) 상대국에서 매기는 만큼 미국도 매기겠다는 건데, 200명 조직의 USTR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가별로 A국은 10%, B국은 25%, C국은 50% 이런 식으로 단순화하면서 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색이 상호관세라는 게 미국 국민한테는 먹힌다.

-'상호' 관세라서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건가.

▶관세라고 하면 대중은 혹시 물가 오르면 어떻게 하나 등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상호관세라고 하면 '외국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면서 완전히 바가지를 씌운다. 그래서 우리도 상호적으로 정당하게 하는 거다'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상호(Reciprocal)라는 말이 트럼프 지지층에게 굉장히 먹히는 개념이다.

-미국에서 비관세 장벽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미국 기업들이 제기하고 있는 한국의 비관세 장벽은 어떤 게 있나. 한국 언론에서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금지 조치, 구글 등 미국 빅테크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플랫폼법이 보도된 바 있다.

▶사실 참 어려운 문제인데, 미국 정부도 주요 기사를 다 모니터링 한다. 한국 언론에서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라고 보도가 나오면, 그러니까 우리가 스스로 우리 카드를 다 보여주는 셈이다.

수백 개 기업과 협회가 USTR에 문제점을 문서로 제출한다. 우리 언론은 원자료(raw data)를 보고 보도하는 거지만, USTR 입장에서는 그 모든 걸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우선 순위를 정해서 문제 제기할 것과 안할 것을 구분한다. USTR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금지 조치든 자동차 문제든 안전 규제든 10년 동안 해마다 단골로 나오는 것들이 많다.

USTR 입장에서는 기업들 불만은 일단 모두 무역장벽 보고서에 실어놓고 나중에 개별국 정부랑 협상을 할 때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것만 골라서 협상을 진행한다. 우리가 무역장벽 보고서를 볼 때는 그런 맥락을 이해하면서 봐야 한다.

-특히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문제가 그럴 것 같다.

▶사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한국 시장에 대해 만족해 한다. 왜냐면 한국이 미국 쇠고기 수출시장 1위다(2024년 22억2000만달러. 미국 농무부 통계). 미국이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보다 한국에 소고기를 더 많이 팔고 있다는 건 엄청난 거다. 당초 내년 정도까지 매출액 목표로 잡았던 것을 2019년에 이미 초과 달성했다고 명시했다. 한미 FTA에서의 한국 관세 철폐 없이는 불가능한 미국의 성과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도 30개월에 대한 한국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USTR에 제출한 자료에 '이 문제는 한국에서 민감한 문제'라는 구절을 딱 넣었다.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할 때 거의 쓰지 않는 문구다.

그리고 한미 FTA 체결 전 40%에 달했던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내년에는 0%로 내려간다(올해 관세율은 2.6%). 미국 전국소고기협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 상황에서, 30개월을 풀면 더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그러다가 한국시장에서 혹시 역풍이 불면 어떡하나 하는 조심스러움이 섞인 입장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언론에서도 이런 미묘한 맥락을 이해하고 민감한 이슈들은 좀 더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

-상호관세 부과시 한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도 피해를 볼 텐데, 이런 점을 어필해서 한국의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없을지 알고 싶다.

▶EU(유럽연합)나 중국, 캐나다, 멕시코 이런 국가들은 보복 관세를 때리고 있다. (이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들한테 피해가 간다. 그런데 EU나 중국은 워낙 시장이 크기 때문에 협상력이 있으며, 캐나다랑 멕시코는 미국과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있어서 미국 소비자들한테 타격을 입힐 수가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그게 쉽지 않다. 일단은 안보 이슈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당근과 채찍 중에서 채찍을 사용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당근을 가지고 딜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