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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는 트럼프 뒤치다꺼리 중?…철야 근무에 12시간 야근 교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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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정치 평론가 로건 오핸들리(일명 DC 드레이노), 틱토커 차야 라이칙, 평론가 리즈 휠러, 미국 보수 운동가 스콧 프레슬러가 ‘엡스타인 파일:1단계’ 라고 적히고 미 법무부의 인장이 찍힌 문서철을 들고 27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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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사와 국내 정보 수집에 애써야 할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밀려드는 서류 작업 탓에 ‘철야 근무’ 중이다. 각종 음모론을 부추겨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정보 공개’ 약속 때문이다.



시엔엔(CNN)은 22일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밤낮없이, 일부는 12시간 야간 교대 근무를 하며 일하고 있다. 임박한 국가 안보 위협 때문이 아니고, 성착취 혐의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문서를 공개하기 전에 문서를 검토해 비공개 처리할 부분을 결정하는 작업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광란의 소동”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승자박이라고 시엔엔은 전했다. 트럼프와 그 측근들은 미성년자 수십명을 성착취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감옥에서 죽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를 두고, 정부가 범죄에 연루된 저명한 인사들을 숨기고 있다는 우익 쪽 음모론에 수개월째 바람을 불어넣어 왔다. 그 중 하나가 엡스타인이 ‘성매매 고객 명단’을 갖고 있다가 살해당했다는 음모론이다. 수사에서 관련된 명단이나 장부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공식 조사 결과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도중 팟캐스트에서 당선되면 더 많은 엡스타인 관련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팸 본디 법무장관이 “투명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고 제프리 엡스타인과 그의 공모자들의 역겨운 행동에 대한 베일을 벗긴다”며 엡스타인 관련 기밀 문서를 일부 공개하겠다면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 15명을 불러모았는데 정작 나눠준 파일엔 별다른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롱이 일었다. 모인 사람들 가운데엔 민주당이 워싱턴의 한 피자집에서 아동 학대 조직을 운영한다는 거짓 음모론(일명 ‘피자게이트’)을 퍼뜨렸던 극우 인사인 잭 포소비츠도 있었다. 보수 성향 언론인 노아 로스먼은 “그들(백악관)은 당신들을 잘 속는 바보 취급했다. 10년 가까이 공개됐던 정보에 사진 찍히기 좋게끔 가짜 ‘기밀 해제’ 표시까지 붙여 나눠줬다”고 비꼬았다. 엔비씨(NBC)는 “과장된 공개로 분노하고 실망한 우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디 장관은 부랴부랴 ‘수천 건의 공개되지 않은 관련 문서’가 더 있더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 뒤 연방수사국은 다른 업무들을 모두 작파하고 최우선 순위로 엡스타인 파일을 정리하고 피해자의 신원 등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18일 공개한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관련 미공개 잔여 문서엔 일부 사람들의 사회보장번호나 기타 개인 정보가 수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또다른 논란의 대상이 됐다. 케네디 암살 사건을 조사했던 하원 특별위원회 직원 100명 이상의 사회보장번호가 노출된 것을 포함해 전직 국무부 관료들과 연구자, 변호사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엡스타인 문서의 경우 범죄 피해자의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어 피해자와의 협의 없이 엡스타인 파일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된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엔엔은 관계자의 말을 빌려 “FBI는 중국과 이란의 위협과 관련된 일부 수사를 포함해 다른 조사들을 잠시 중단하고, 전 부서 요원들에게 이번 (엡스타인) 문서 검열 작업을 우선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주말(22~23일)엔 워싱턴 지부 요원들까지도 이 작업에 투입돼 수시간씩 편집 작업을 수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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