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마늘 농사로 돈모아 짓던 집, 3개월 뒤면 공사 끝나는데…"
사흘째 임시대피소 생활 이재민들 기친기색…봉사자·온정 줄이어
'발만 동동' |
(의성=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새로 지은 집에서 살 생각에 기뻤는데…"
24일 경북 의성군 산불 임시 대피소인 의성체육관.
임시 거처인 텐트 앞에 주저앉은 주민 곽윤숙(70)씨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곽씨는 산불이 사흘째 잡히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지만, 불이 꺼지더라도 당장 갈 곳이 막막한 상태다.
그는 "새로 짓던 주택 공사가 3개월 뒤면 끝나는데 다 타버렸다"며 "사과나 마늘 농사를 지은 돈을 모아서 마련한 비용이었다"고 망연자실했다.
곽씨는 "40여년간 오래된 기와 주택에서 살았는데 거기도 피해를 보았고 남편하고 키우던 염소 2마리, 닭 6마리, 개 1마리도 다 잃었다"고 털어놨다.
화마가 삼킨 주택 공사 현장 |
의성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번 대형 산불로 전소된 건축물은 92채다.
할머니가 친딸처럼 홀로 키운 고등학생 손녀딸은 미리 챙겨온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이 할머니는 "불이 산을 타고 막 넘어오는데 손녀딸이 수업 중이라 전화를 안 받아서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시아버지, 시어머니 등등 해서 묘지 6개가 타 탔다"고 허탈해했다.
의성산불 사흘째…임시대피소인 의성체육관 |
주민들은 사흘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현재 의성체육관에는 의성읍 주민과 요양병원 환자 등 166명이 머물고 있다.
운전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집에 잠깐 들르지도 못해 대피 당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기도 했다.
70대 주민 권씨는 "봉사하는 분들이 먹는 건 잘 챙겨주는데 잠자리가 불편해 힘들다"며 "집에 가고 싶어도 연기가 자욱하고 잿가루가 쌓여있어서 당장 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에서 귀농해온 한 주민은 "어릴 때 시골에서 살던 기억 때문에 귀농했는데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대피 당시에 화재 상황이 심각해서 안동으로 피신했다가 여기로 왔다"고 전했다.
산불지연제 투하하는 산림청 헬기 |
의성군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1천481명(2022년)의 귀농·귀촌인이 있다.
귀농귀촌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주택이나 큰 재산 피해를 본 귀농인, 귀촌인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들은 환자들이 자녀와 영상 통화를 할 수 있게 돕거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식사와 물품 지원도 계속됐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와 새마을회는 이재민들을 위해 식사를 마련했고 이동식 샤워 시설도 배치된 모습이었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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