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카린 폰히펠 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장.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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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취임 이후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기와는 달리 휴전 협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피벗'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가 서면으로 인터뷰한 카린 폰히펠 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장은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전 휴전 협정을 논의하는 양상을 두고 "트럼프 정부하의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니다"며 "이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미국이 없는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RUSI는 1831년 설립된 세계적인 국방·안보 싱크탱크로 군사전략, 국방 정책, 지정학적 이슈 등을 연구한다. 2022년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러시아의 공격을 예견하는 보고서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0년간 RUSI를 이끌어온 폰히펠 전 소장은 올해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석좌연구원으로서 힘을 보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도 그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폰히펠 전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그랬듯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직접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본인이 세계적인 평화 중재자로 보이길 원하기 때문에 김정은을 직접 만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파행으로 끝난 하노이 회담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회담 이후 과제(협정을 맺고 상대국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일)엔 매우 서툴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다양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은 좀처럼 휴전 협정에 다다르지 못할 것으로 폰히펠 전 소장은 전망했다. 그는 "휴전이 합의되기까지 수많은 장애물이 있으며 러시아는 약속을 어긴 전례가 무수히 많다"고 했다.
폰히펠 전 소장은 1953년 대한민국과 북한의 휴전 협정(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양측의 영토 주장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 없이 당분간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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