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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메마르는 한반도…“한반도 전체가 대형 산불 위험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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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옥련사에서 소방과 산림청 관계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옥련사는 신라 흥덕왕 때 창건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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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상 환경이 갈수록 산불에 취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낮아지면서 대기가 건조해진 탓이다. 기후변화 취약 지역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체가 대형 산불 위험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바싹 메마른 대기에 적은 강수량, 강한 바람이 맞물려 화마를 키웠다. 나흘째 산불이 이어진 산청군의 평년(1991~2020) 1월 강수량은 24.4mm지만 올해 1월에는 1.3mm에 그쳤다. 2월 강수량은 11.4mm로 평년 2월 (40.9mm)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일 불길을 잡지 못해 대형 산불이 난 의성군도 다르지 않다. 의성군의 올해 1월과 2월 강수량은 각각 7.4mm와 4.8mm였다. 평년(1월 15.5mm·2월 22.6mm)에 비해 부족한 강수량이다.

상대습도도 평년 수준을 밑돌았다. 올해 2월 산청과 의성의 상대습도는 각각 53%, 57%를 기록했다. 해당 지역의 평년 상대습도는 54.1%, 61.3%다. 상대습도는 대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다. 상대습도가 낮으면 공기 중 수분이 적기 때문에 낙엽과 나뭇가지가 더 빨리 마른다. 마른 식물에는 불이 더 쉽게 붙고 빠르게 번진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는 점점 건조해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40년(1981∼2020년)간 상대습도를 10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상대습도는 1980년대 71.3%에서 2010년대 67.4%로 낮아졌다. 1981∼2020년 상대습도를 계절별로 봤더니 봄철(62.6%)과 겨울철(62.7%)의 상대습도가 낮았다. 봄철 상대습도는 1980년대 66.4%에서 2010년대 60.6%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불 피해가 잦은 강원도에서도 기상 변화가 관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0년간(1991~2020년) 강원도의 봄철 상대습도는 1990년대 62.8 %였다가 2010년대 58.1 %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봄철 평균기온의 상승세가 상대습도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상청은 “최근 30년간 기후학적 통계분석을 해보니 강원 영동이 대형 산불 발생에 더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온 상승 시 한반도 산불기상지수 변화.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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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2100년에 이르러 겨울철 산불 위험이 최대 158% 오를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연구 분석을 보면, 2100년경 한국의 산불위험은 20세기(1971~2000년) 후반 대비 최대 158%까지 상승한다. 연구진은 한반도의 기온이 1.5~2.0도 상승할 경우 겨울철 산불 기상지수가 올라 봄철 산불 위험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국내에서도 산불은 연중화되고 또 대형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산불에 대한 위험성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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