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전포럼 참석해 허리펑 부총리·왕원타오 상무장관 등과 만나
1천450억원 규모 "청정에너지펀드 설립"…"딥시크 대단하다" 언급도
베이징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 만난 팀 쿡 애플 CEO |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권수현 기자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경제 부문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중국과의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24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쿡 CEO는 전날 오후 늦게 '중국 경제 실세'로 평가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만났다.
허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쿡 CEO를 비롯한 글로벌기업 대표들에게 "중국은 고품질 발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대하며 경영 환경을 지속 개선하고 있다"면서 중국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쿡 CEO는 같은 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런훙빈 회장을 만나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 최근 발표한 내수 진작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쿡 CEO는 또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도 만났다고 중국 상무부가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쿡 CEO는 왕 부장(장관)과, 애플의 중국 내 사업 발전과 미·중 경제 및 무역 관계와 같은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왕 부장은 쿡 CEO에게 애플의 중국 내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으며, 보호주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중국과 미국이 경제와 무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 원칙에 부합하며, 공급망 혼란은 모든 당사국의 이익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쿡 CEO는 이에 "애플이 중국에서 공급망, 연구·개발, 사회적 책임과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중국의 고품질 발전을 지원하겠다"면서 "미·중 경제 및 무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쿡 CEO는 또한 이날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를 통해 중국에서 7억2천만위안(약 1천450억원) 규모의 새로운 청정에너지 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쿡 CEO는 "현재 이곳(중국)의 우리 공급망 중 3분의 2가 이미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펀드는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한다는 우리 목표 달성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발전포럼 개막 전날인 22일 베이징에 도착해 웨이보 계정에 인사말을 남기며 중국 소비자와의 '스킨십'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그가 중국발전포럼 개막식에서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를 사용해봤는지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당연하다. 대단하다"라고 대답한 장면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쿡 CEO의 이런 행보는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약진 속에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애플은 2023년 4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 21%로 1위를 찍은 뒤 작년 내내 14∼17% 점유율로 중국 비보(vivo)나 화웨이, 샤오미 등과 비슷하거나 근소하게 뒤처졌다. 이런 상황 속에 작년 4분기에는 중국 내 전체 매출이 11.1% 감소하기도 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는 연례 중국발전포럼은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글로벌 기업 대표들을 만나 직접 투자 유치에 나서는 행사다.
올해 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애플·BMW·벤츠·BNP파리바·네슬레·보쉬·페덱스·히타치·화이자·카길·도이체방크·마스터카드 등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북경일보는 인리 베이징시 당위원회 서기가 최근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기하라 마사히로 일본 미즈호금융그룹 CEO를 만나 투자·협력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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