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미국에 더 강력한 파트너"…트럼프 "관세가 강력하다는 사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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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여러분의 리더십과 함께 미국 산업의 미래에 더 강력한 파트너가 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최첨단 제조시설 중 하나를 직접 방문해 미국과 미국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행사에서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며 밝힌 말이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20만대 증설 등 완성차 총 120만대 생산체계 구축에 약 86억달러를 투입한다. 부품 현지화율 증대와 전기로 제철소 건설 등 공급망 강화로 61억달러를 투자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등에 63억달러를 투입한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정치 리더십 공백 역시 길어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선제적인 대미 투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려는 몸부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 경제·안보 질서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생존 방식을 찾은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을 시작으로 2010년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올해 조지아주 HMGMA(30만대) 등 100만대 규모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HMGMA를 통해 20만대 증설로 생산 능력을 12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지 생산량 확대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해결책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대차그룹)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 생산 설비 현대화와 효율화 등 보완 투자도 벌인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의 업무협약을 통해서도, 현지 생산을 늘려 현대차그룹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미국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월 9일 미국 네바다주 퐁텐블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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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강판부터 현지에서…전기로 일관제철소 건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은 58억달러 투자를 통해 전기로 제철소를 만든다.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다.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특화 제철소로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는 원료 생산 설비(DRP·직접환원철 원료 설비)와 전기로, 열연·냉연강판 생산 설비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간 270만톤 생산 규모를 갖출 것으로 내다본다.
위치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HMGMA와 인접한 곳에 세워 물류비비를 절감하는 등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GM 등 미국 완성차 메이커에 강판을 공급할 계획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 63억달러를 집행할 예정이다. 자율주행과 로봇, 인공지능(AI), 도심항공교통(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해 현지 혁신 기업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슈퍼널, 모셔널 사업화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중국 딥시크가 촉발한 AI 가성비 경쟁 속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재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등 설루션을 지능화하는 프로젝트를 벌이는 중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딥시크와 손잡은 중국 비야디(BYD) 등과 벌이는 완전자율주행 경쟁도 미국 웨이모와 협력을 강화해 뒤지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 생산 아이오닉 5를 활용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웨이모 원)를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 투자도 두드러진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올해 말 미국 미시주에 SMR을 착공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했다. 2027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높아진 미국 시장 의존도…수출 다변화에는 '아쉬움'
현대차그룹 대미 투자 확대는 국내 정치 리더십 공백과 글로벌 불확실성 속 필연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내 생산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투자 규모를 공개하면서 국내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 등 산업계 전반 대미 의존도가 높아진 점을 정부가 나서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탄핵 정국 이후 국내 정치가 안정화하면 트럼프 2기 대응뿐만 아니라 산업계 내실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으로는 미국 시장 자체가 성숙한 시장인 점도 고민할 지점이라는 의견이 있다.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떨어진 현대차그룹은 풍선 효과로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번 투자도 글로벌 시장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관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대미 투자밖에 없다. 다만 수출 다변화에는 아쉬움이 있다. 미국 시장이 성숙한 시장이라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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