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스라엘군의 폭격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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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2023년 10월7일 발발한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숫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 이스라엘이 지난 4주 동안 가자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을 막아서면서 주민들의 영양실조 위험도 커지고 있다.
가자 보건부는 이달 18일 이스라엘의 공습 재개 뒤 23일 기준 사망자 673명, 부상자 123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 전체 기간으로 확대하면 사망자는 5만21명, 부상자는 11만3274명이다. 지난해 기준 210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자 주민의 2.3%가 1년5개월(17개월)의 전쟁 동안 희생된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전체 인구 5천만명 중 115만명가량이 희생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알자지라는 24일에만 16명의 주민이 또 이스라엘의 공습 피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동부 도시 베이트하눈에서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또 남부 라파흐 서부 탈 알술탄 지역에도 대피령을 내리고 지상군을 진군시켜 일대를 포위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3월25일 보도
Q. 가자 등 중동에서 전투가 다시 시작됐다는데, 어느 정도인 거야?
A. 중동 전역에 전쟁의 불길을 번지게 했던 가자 전쟁은 지난 1월19일 휴전이 합의됐고, 앞서 지난 11월27일에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휴전했어. 그러다가, 지난 3월1일로 1단계가 끝난 가자 휴전이 2단계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지난 18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습에 이은 지상군 투입이 있는 거지. 이틀 전인 16일부터는 미국이 예멘의 안사르알라(후티 반군)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어. 공습은 거의 매일 계속되고 있어. 또, 이스라엘은 지난 22일 레바논 남부의 해안도시 티레 등의 헤즈볼라 목표물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7명이 숨졌어.
이스라엘은 18일의 공습 뒤 이틀만에 가자에 지상군을 투입해, 24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하는 지상전을 강화해, 하마스 역시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안사르알라도 23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한편 홍해에 파견된 미 해리트루먼 항모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어. 지난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과 이로 인한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안사르알라의 이스라엘 및 홍해 물류 공격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 거지
Q. 왜 다시 중동에 전쟁이 불붙는 거야? 가자 전쟁 휴전은 깨진 거야?
A. 가자 전쟁 휴전 합의는 크게 3단계로 이뤄졌어. 1단계는 하마스가 잡고 있는 인질 33명과 이스라엘이 투옥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1900여명의 교환, 그리고 가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재개야. 2단계는 모든 인질의 완전한 석방 및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의 철군이야. 3단계는 가자 재건이야. 그동안 휴전을 했지만, 전투가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았어.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하마스의 위협을 명분으로 간헐적으로 가자를 공격해 140명이 숨졌는데, 18일의 대대적 공습으로 400여명을 죽이며 사실상 전투가 재개됐어.
1단계의 시한은 지난 3월1일로 종료됐어. 하지만, 종전으로 가는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전투가 재발된 거지. 이스라엘은 인질 전원이 먼저 완전히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를 시작하지 않으면 인질 석방을 할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야. 협상이 교착되자,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휴전의 1단계를 단순히 연장하는 중재안을 내놓았어. 엄밀히 말하면, 휴전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야. 아직도 협상 중이니까. 하지만, 비관적이네. 이스라엘이 인질의 완전한 전원 석방 요구에 완강하고, 설사 그 요구가 충족되더라도 2단계로 넘어가 종전이 될지도 미지수야.
Q. 왜 그런 거지? 휴전 합의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인질이 전원 석방돼도 종전이 될지 불투명하다고?
A. 애초부터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은 휴전에 부정적이었어.
첫째, 내각 내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유대 인종주의적 극우 각료들은 차제에 하마스를 완전히 박멸하고 가자를 접수하자며, 휴전에 반대했어. 휴전이 합의되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벤그비르가 이끄는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당은 탈퇴했어.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각료들이 연정에서 완전히 탈퇴하면, 정권이 붕괴되는 거야. 벤그비르의 당은 가자 전투 재개 뒤에 연정 복귀를 발표했어.
둘째,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전쟁 재개로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야. 네타냐후는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전쟁 수행을 명분으로 정권을 유지했어. 최근에는 가자 전쟁 재개에 반대하는 등 비판적 목소리를 낸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국장인 로넨 바르에 대한 해임, 이 해임을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네타냐후의 부패를 수사한 갈리 바하라브 검찰총장에 대한 해임 등으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어. 시민 사회는 네타냐후의 이 해임 시도에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고, 법원은 그들의 해임을 막는 결정을 내렸어.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은 가자 전쟁 발발에 네타냐후의 책임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고, 바하라브 검찰총장은 네타냐후가 카타르에서 2012년 1500만달러(약 218억원)를, 2018년에는 5천만달러(727억원)를 수령했다는 뇌물 수수의혹에 대한 수사를 명령했어.
세째, 휴전 이후 새로 구성된 안보팀이 가자 점령이 하마스를 박멸시킬 수 있다며 지상전을 밀어붙이는 강경파야.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 헤르지 할레비 전 이스라엘방위군 참모총장 등은 네타냐후의 전쟁 수행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마찰을 빚었어. 갈란트는 전쟁 도중에, 할레비는 휴전 직후에 사임했어. 새로 임명된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및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 등 새로운 안보팀은 가자의 운명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이 나올 수 있기 전에 하마스를 전장에서 무력으로 패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어.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인질을 잡고 있는 한 이스라엘은 가자를 점차적으로 장악할 것이라고 공언했어.
네타냐후도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 차제에 하마스를 완전히 박멸하면서 가자를 최대한 점령하겠다는 거지. 이 때문에 가자 철군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가자를 공격하며 있는 거지.
Q. 그런데 미국은 왜 그러는 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고, 자신의 취임에 맞춰 이뤄진 가자 휴전을 자신의 공으로 자화자찬했잖아. 그런데, 예멘을 공격하는 등 중동전쟁에 불을 붙이잖아.
A. 트럼프는 국외에서 벌어지는 ‘영원한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끝내겠다고 공약했지. 그런데, 트럼프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친이스라엘이야. 그는 이런 극단적 친이스라엘 기조 속에서 중동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최종 목표로 하는 아브라함 협정의 계속 추진 및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 정책을 1기 집권에 이어 유지하고 있어. 그가 가자를 미국이 접수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고 리조트로 개발하겠다는 위협을 가하는 것도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입장에서 아랍 국가들을 압박하는 거지.
이번에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재개 및 헤즈볼라 공습, 미국의 안사르알라 공격 모두는 이런 기조에서 나왔어.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안사르알라를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이틀 뒤인 18일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에도 트럼프가 “녹색 신호”를 보냈다고 하네. 특히, 트럼프는 안사르알라에 대한 공격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후티의 모든 발사는 이란의 무기와 지도부에 의해 발사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란이 후티에 대한 모든 지원을 즉각 끊을 것을 촉구하고 이란의 책임을 물었어.
중동에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화를 불 지피는 것은 중동에서 최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최대한 강화하고, 이란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전략이라고 트럼프 진영 안팎에서는 평가하네. 트럼프 1기 집권 때 백악관 수석전략이었던 스티브 배넌은 ‘범람’(Flood the Zone) 전략이라고 했어. 혼란스럽고, 압도적인 메시지와 행동으로 상대를 제압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트럼프는 3월 초에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게 핵 협상을 제안하며 시한을 2개월로 정하는 서한을 보냈어.
이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야. 트럼프는 1기 집권 때에도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다방면에서 최대한 압력을 펼치며 이란과의 재협상을 노렸으나, 결국 실패했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1일 “미국인들은 이란과 싸울 때 위협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협상을 일축했어.
트럼프는 최대한 압력 정책이 성공할지는 모르겠으나, 당분간은 중동에서 분쟁이 더 어지럽게 전개될 것 같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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