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고 증가한 종목 경계해야…SK하이닉스·한미반도체·한화오션↑
공매도 재개로 인한 변동성 일시적…저가 매수 기회 삼아야
2월말 대비 대차거래잔고 증가한 종목/그래픽=윤선정 |
공매도 재개 시점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 대차거래잔고가 늘어나고 있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차입해야 하는데, 공매도 시행을 앞두고 준비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차거래잔고가 급증한 종목은 공매도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13억6369만주로 지난 2월28일 대비 19.22% 증가했다. 대차거래잔고 금액은 55조8176억원으로 같은 기간 15.91% 늘었다. 대차거래잔고는 지난해 4월 12억9984만주를 기록한 이후 감소해 왔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다.
대차거래잔고가 늘어난 것은 오는 31일 공매도를 재개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이다.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수해 주식을 상환한다. 따라서 공매도를 하려는 투자자는 미리 주식을 빌려놔야 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잔고 증가가 공매도 대상 종목을 정하는 전제조건"이라며 "지난 2월 말 대비 대차잔고가 증가한 종목군을 살펴보면, 공매도 가능 종목군의 특징을 일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2월2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예탁결제원 대차거래잔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에 대차거래잔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대차거래잔고는 지난 21일 기준 1737만7649주로 지난 2월28일 대비 466만266주 증가했다. 대차거래잔고 증가분은 SK하이닉스 유동주식(5억4027만주)의 0.86%를 차지한다.
한미반도체의 대차거래잔고 증가량은 319만2118주로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었다. 이후 △한화오션 265만5212주 △KG모빌리티 262만2709주 △포스코퓨처엠 238만571주△에코프로비엠 226만5599주 △이수페타시스 226만3605주 △두산에너빌리티 184만3259주 순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코스피 종목 중 이차전지, 조선, 방산, 전력 인프라 등 관련 기업의 대차거래잔고가 증가했다. 코스닥 종목 중에서는 이차전지, 게임, 엔터, 바이오 종목의 대차거래잔고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중 최근 주가 상승 폭이 컸던 업종들이 공매도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봤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승 폭이 컸던 방산·우주, 조선, 기계 등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전망 상향 여부에 따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주식 대비 대차거래잔고 비율도 살펴봐야 할 지표다. 과거 공매도 시행 시 유동주식 대비 대차거래잔고 비율이 3%를 넘어갈 경우 대차한 주식이 공매도 물량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대차거래잔고 증가량 상위 20개 종목의 증가분이 유동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포스코퓨처엠의 비율이 8.21%로 가장 높았다. 이후 △한미반도체 7.63% △에코프로비엠 4.80% △에코프로머티 4.55% △LG에너지솔루션 4.47% △이수페타시스 4.19% △KG모빌리티 3.04% 순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만약 대차잔고 비율이 5%를 상회하는데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시장보다 낮거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시장 평균보다 현저히 높다면 경계가 필요하다"며 "해당 범주에 속한다면 공매도 시행 전에 선제 매도를 통해 수익률을 확정하는 것도 유리한 전술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재개로 인해 나타나는 시장 변동성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공매도 재개 시 증시가 약 3개월가량 변동성을 보였으나 그 이후 안정화되고, 하락했던 종목들도 반등했다는 것.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과거 공매도 재개하면 단기적으로 등락을 보였으나 결국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펀더멘털과 유동성 환경"이라며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저평가된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의 비중은 확대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조선, 기계, 화학 등의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공매도 재개 시기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팀장은 "앞으로 성장 스토리가 존재하고 이익 성장 속도가 느리지 않은 종목은 주가가 내릴 때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장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라면 공매도 압력이 발생해도 매입 단가를 낮추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