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中 핵심 지도자 만나
연구·개발 등 투자 확대 약속
중국에서 토종 업체들에게 밀려 굴욕을 맞보고 있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1456억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펀드 조성 사업 계획 등을 공개하며, 중국 시장에서 '재기' 의욕을 보였다. 그는 리창 총리·허리펑 부총리 등 핵심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외국 기업의 투자 확대에 목 마른 중국 지도부의 화답도 얻어 냈다.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중인 쿡 CEO는 25일 "중국 내 공급망, 연구·개발, 사회 공익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중국의 고품질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다.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비롯한 공평한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으로 선회한 중국 지도부에 부응하며 쪼그라든 시장 점유율 만회를 겨냥했다. 20%대 점유율을 유지했던 애플은 지난해 비보나 화웨이, 샤오미 등 토종 업체들에게 밀려 점유율이 14∼17%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4분기 중국 내 전체 매출도 11.1% 줄었다.
중국 상무부 발표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쿡 CEO는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애플의 중국 내 발전은 양국 경제·무역 협력의 상호 이익과 윈윈의 모범사례"라고 추가 투자 등도 시사했다. 외자 기업의 탈중국 물결 속에서도 애플은 중국 시장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어 왕 부장과 애플의 중국 사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협력 방안을 조율했다. 쿡 CEO이 밝힌 7억2000만위안(1456억원) 규모의 새 청정에너지 펀드 조성 계획은 해마다 55만MWh(메가와트시)의 풍력·태양광 발전 능력을 추가해 이를 중국 공장 가동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만남에서 왕 부장은 확고부동한 대외 개방 의지와 외자 기업에 대한 공평한 경쟁 환경 제공 입장을 강조하면서 애플의 의욕적인 입장에 화답했다. 그는 외자 기업의 제품이 '이구환신 정책' 등 소비 확대 정책에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정책은 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소비 촉진 정책이다. 그동안은 국내 기업의 판매 촉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456억원 새 청정에너지 펀드 조성
왕 부장은 "중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과 활력을 보여줬고 혁신 발전의 온상이 됐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중국 지도부는 이달 들어 외국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 유치 의사를 발신해 왔다. 지난 4~11일 진행된 양회(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에서 5% 경제성장 목표를 세운 중국 정부는 대외개방 확대와 외자기업에 대한 동등한 대우 등을 약속하면서 투자유치 확대를 시도해 왔다.
이어 24·25일 진행된 CDF에서 리창 총리부터 주요 지도부가 나와 투자 유치를 벌였다. 남부 하이난섬에서 25일부터 나흘간 개최된 보아오포럼에서도 중국의 국가 목표와 비전을 강조하면서 투자 유치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보아오포럼과 시진핑 면담 실현
중국지도부는 일련의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미국의 기술 봉쇄와 '디커플링'에 공동 대응하면서 다자주의와 지역협력 분위기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