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X, 29년만에 한국 판매
편안한 오프로더, 표리부동 매력
웬만해선 가질 수 없어 더 고통
편안한 오프로더, 표리부동 매력
웬만해선 가질 수 없어 더 고통
일본과 독일의 프리미엄 SUV 끝판왕 [사진출처=렉서스, 벤츠/편집=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자동차 사면 물 먹지 않겠네”
요트를 탄 기분이다. 연어처럼 흐르는 물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얕은 물도 아니다. 수심이 50~60cm 정도다. 70cm까지는 물 먹을 걱정이 없다.
돌, 자갈, 모래 등이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한 강바닥을 움켜쥐듯 미끄러지지 않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물길을 거슬러 간다.
어떠한 역경이 몰려와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남자가 된 것 같은 뿌듯함이 온몸에 밀물처럼 밀려온다
스티어링휠은 오프로더에 장착된 것과 달리 세단에 달린 것처럼 편안하고 가볍게 움직인다. 타이어도 오프로더 전용이 아니라 더 놀랍다.
지프(Jeep)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 벤츠 G클래스처럼 정통 오프로더를 타고 ‘도강(渡江)’했다면 즐겁지만 놀라지는 않는다. 정통 오프로더가 아니기에 더 짜릿했다. 게다가 너무 편안했다.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품격있게
도강을 끝낸 렉서스 LX 700h [사진제공=렉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는 지난 20일 강원도 인제에 마련한 ‘LX 오프로드 파크’에서 LX 700h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Effortless and Refined on Any Road)’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렉서스다운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 출시는 29년 만에 성사됐다. 2010년대 이후 SUV가 대세가 되면서 국내 출시 요구도 잇달았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데다, 가격도 비싸 계속 미뤄졌다.
렉서스 LX 700h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에는 지난 2021년 선보인 4세대 모델이 판매된다. 가격(부가가치세 3.5% 포함)은 오프로드에 특화된 5인승 오버트레일이 1억6587만원, 패밀리카 성향의 7인승 럭셔리가 1억6797만원, 4인승 VIP가 1억9457만원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곤다 타츠야(Gonda Tatsuya) 렉서스 어시스턴트 수석 엔지니어는 기존 오프로더·SUV와의 차이점에 대해 “LX는 ‘세상의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품격 있게’라는 철학을 실현한 차량”이라며 “견고한 오프로드 성능과 럭셔리한 주행 경험을 모두 제공한다”고 말했다.
장애물을 밟는 대신 끈끈한 ‘상생’ 추구
렉서스 LX 700h 오프로드 체험 [사진제공=렉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렉서스는 LX 700h의 성능을 뽐내기 위해 행사장에 10개 코스를 마련했다. 소형 경사로, 수중도하, 바위, 통나무, 사면 경사로, 오르막·내리막길, 웅덩이, 진흙, 회전교차로, 오솔길이다.
오프로드 초보를 베테랑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시스템은 자동, 흙, 모래, 진흙, 눈길, 바위 6가지 모드로 구성된 멀티 터레인 셀렉트다.
상황에 따라 트랜스퍼 케이스의 기어를 저단과 고단으로 변경할 수 있는 트랜스퍼 레인저 셀렉트, 깊은 웅덩이나 큰 바위 때문에 한쪽 바퀴가 헛돌 때 유용한 센터 디퍼렌셜 락도 LX 700h를 오프로드 강자로 만들어준다.
렉서스 LX 700h 오프로드 주행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실 코스만 따지면 일반적인 오프로더 행사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차량 실내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편안함은 차원이 달랐다. 울퉁불퉁한 코스에서 좌우 흔들림이 큰 오프로더와 달리 LX 700h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적고 편안했다.
경사도가 30도 가까이 되는 사면 경사로에서도 차체는 전복되지 않고 안정감 있게 주행했다.
초보도 베테랑으로 만들어주는 오프로드 특화 시스템과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LX 700h의 장점이 어우러진 결과다.
일반적인 오프로더가 바위나 진흙을 거침없이 밟고 지나간다면 LX 700h는 편안함과 품위를 위해 ‘상생’을 도모했다. 장애물을 감싸 안거나 장애물에 끈끈하게 붙어 충격을 상쇄했다.
그 결과, 바위는 장애물이 아니라 디딤돌이 됐다. 진흙은 차체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패션 아이템이자 오프로드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로 변신했다.
렉서스 LX 700h 크롤 기능 체험 장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압권은 크롤(CRAWL)이다. 일반적인 오프로드 행사의 백미인 수중도하가 짜릿함을 선사했다면 크롤은 첫 경험의 감동을 선물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바윗돌들이 울퉁불퉁하게 나열돼 있는 코스에서 크롤 조작 버튼을 눌렀다.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조향만 하면 차근차근 바위를 타고 넘으며 서행으로 통과한다.
‘정속주행’ 크루즈 컨트롤의 오프로드 버전인 셈이다. ‘기어간다’는 뜻을 지닌 크롤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이유다.
회전 구간에서 사용한 턴 어시스트 기능도 탐났다. 뒷바퀴를 잠가 회전반경을 줄여준다. 오프로드는 물론 좁은 주차장에서도 쓸모많은 기능이다.
겉이 칼이라면 속은 국화, ‘외강내유’ SUV
렉서스 LX 700h 인테리어 [사진제공=렉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LX 700h를 타본 뒤 머리에 맴돈 책이 있다. ‘국화와 칼’이다. 미국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쓴 일본 문화 연구서다.
이어령 교수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과 함께 일본 문화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다.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또는 일본인)가 지닌 두 가지 특징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해석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화는 평화, 예술, 미학, 예의를 의미하고 칼은 전쟁, 냉정, 공격성, 단호함, 책임 등을 뜻한다.
‘마음의 평화(Inner Peace)’를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며 ‘다도(茶道)’를 즐기면서도 날이 바짝 서있는 폭력적인 칼을 숭상한다.
‘칼’이 지배한 전국시대를 거치며 생존을 위해 속마음(혼네)과 겉 표정(다테마에)도 달라졌다.
렉서스 LX 700h 주행 [사진제공=렉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LX 700h에도 국화와 칼처럼 두 가지 극단이 공존한다. 강인함과 편안함, 카리스마와 자상함이다. 겉이 칼이라면 속은 국화다. 표리부동(表裏不同), 외강내유(外剛內柔)이다.
사실 거칠고 야성적인 오프로더와 편안하고 품격있는 SUV라는 두 극단의 공존은 쉽지 않다. 어설픈 공존은 이도 저도 아니어서 폭삭 망하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두 극단 각각에 대한 기술력, 조합할 수 있는 능력, 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까지 갖춰야 한다.
공존에 성공하면 모두가 탐내는 존재가 된다.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표리일체와 언행일치라는 가치관이 중시되는 문화권에서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과 이율배반은 ‘반전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렉서스 LX 700h 사면 경사로 체험 장면 [사진제공=렉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문제가 있다. 두 극단의 공존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쳐다보지 않는 게 오히려 속 편하다. 가질 수 없는 존재를 갈구할 때 고통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차 브랜드에도 정통 오프로더와 SUV의 절묘한 조합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세단과 SUV 분야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절묘한 조합을 위한 두 가지 필요조건 중 하나인 정통 오프로더 분야에서는 예외이기 때문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