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정부 협력 전념” 입장만 내놔
특별히 진전된 것 없어…기업 ‘각자도생’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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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여전히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87일 만에 ‘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대행’ 체제로 돌아왔지만, 양국 정상 간 통화에 진전이 없어 ‘정상 외교 공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우선 우리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첫 공식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25일 오후 백악관은 외교당국을 통해 “미국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및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양국 통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몰렸지만, 총리실과 외교부는 ‘소통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고위급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실무진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실 또한 “필요할 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특별하게 진전된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에 걸쳐 통화를 나눴다. 2017년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 만에 양국은 첫 통화에 나섰다. 당시 양측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100% 함께할 것”이라며 신뢰를 전하기도 했다. 해당 시기는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한 달이 넘은 때다.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때문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나라와 적극 접촉에 나섰다. 반면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세 정책 등에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어 차이가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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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을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이라며 “그때만 하더라도 탄핵이란 상황을 처음 맞아봤지만, 지금은 겪어본 상태 아닌가. 한국 (정치 상황이) 여전히 불안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발 통상전쟁에도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기업들이 개별 전략을 취하면서 정부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는 우려도 있다. 사업가적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관세를 통해 이미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직접 소통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24일(현지시간) 미국에 3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훌륭한 기업”이라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우리 정부가 ‘통상 컨트롤타워’로 미국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안보 분야에 능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는 식으로 움직이면서 나라 전체가 운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 차원에서 (전략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목소리가) 잘 통합되고 조율돼서 나라 전체가 대응되면 좋지만 지금 정부가 그럴 채비가 갖춰진 것도 아니고, 기업은 다급하니 그냥 움직이는 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런 것들이 과연 최적의 접근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국회 차원에서 문제 제기는 하고 있지만 집행부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 대 정부의 일인데, 우리가 (미국과) 좀 분절돼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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