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서 주민들이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 반대 구호도 외쳤다고 전해졌다. 베이트 라히야/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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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3곳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통치에 반대하는 수백명의 주민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재무장 등을 이유로 전면 공습에 나선 뒤 일주일 사이 600명 이상이 사망하자 하마스 통치 종식을 요구하는 이례적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가디언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25일 보도한 영상을 보면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야의 인도네시아 병원 앞에서 열린 시위에 모인 수백명의 가자 주민들이 “전쟁 중단”, “하마스 퇴진”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이 영상을 보면 “하마스 테러리스트”, “평화 찬성, 전쟁 반대” 등의 문구도 보였다.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를 든 주민들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주민들은 “누가 시위를 조직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민간인 복장을 한 하마스 대원들이 시위를 해산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익명의 주민은 “사람들은 지쳤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 (전쟁을 끝낼) 해결책이라면, 왜 하마스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베이트 라히야뿐 아니라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도 수십명의 시위대가 타이어를 태우며 반전 시위에 나섰다. 남부 주요도시인 칸유니스에서도 “하마스 타도”를 외치며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는 모습들이 남아있다.
2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서 열린 전쟁 종식 촉구 집회에서 어린이들이 아랍어로 “우리는 죽기를 거부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베이트 라히야/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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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지난 2006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팔레스타인의 유력한 정치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끄는 파타의 거부로 자치정부 구성에 실패한 하마스는 이듬해인 2007년 가자 지구에서 파타를 몰아내고 사실상 통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하마스 반대 시위를 꾸준히 부추겨왔지만 대규모 반대시위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물가 인상 등을 이유로 하마스 반대 시위가 가자 지구 전역에서 일어났지만 당시 하마스는 시위대에게 곤봉을 휘드르고 공중으로 총탄을 발사하며 강제 진압했다.
하마스에 대한 이례적 시위가 일어난 배경에는 지난 2023년 10월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가 초토화된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5만명 이상이 숨졌고 희생자 대부분은 하마스 대원이 아닌 민간인이다. 지난 1월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달 18일 공격을 재개했다. 이후 숨진 사람만 최소 792명에 달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대부분 민간인들이 숨진 이런 공격 뒤 민간인이 아니라 하마스를 겨냥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해왔다.
18일 새벽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일주일 동안 하마스 간부 150명이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26일 새벽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8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가자지구 내 건물들이 파괴되면서 유엔은 24일 전체 100명 가량의 인력의 3분의 1을 철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공습으로 불가리아 출신 유엔 동료 1명이 사망했고, 프랑스와 몰도바, 북마케도니아, 팔레스타인, 영국 출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중 일부는 위중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노 아더 랜드’의 팔레스타인 공동 감독 함단 발랄이 25일(현지시각)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대에 구금된 지 하루 만에 서안지구 키르야트 아르바 경찰서에서 석방되고 있다. 서안지구/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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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3일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에 맞서 돌을 던진 혐의로 이스라엘군과 경찰에 체포, 구금되었던 영화 ‘노 아더 랜드’의 팔레스타인 공동 감독인 함단 발랄은 이틀만인 25일 석방되었다. 서안지구 키리아프 아르바 경찰서에서 석방되는 발랄의 얼굴에는 멍이 들었고 옷에 피가 묻어있었고, 발랄과 함께 구금되었던 팔레스타인 2명도 군사기지 바닥에서 잠을 잤다고 말했다. 영화 ‘노 아더 랜드’는 올해 열린 97회 미국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으로 이스라엘 군대가 마을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안지구 마사페 야타 지역 주민들이 벌이는 투쟁을 연대기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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