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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토)

"낮엔 본업 밤엔 배달, 주7일 일한 형"…땅꺼짐 희생자 장례식장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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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본업, 밤엔 부업 배달 '30대 가장'…"꾸준히 일만 한 친구"

유족 통곡 이어져…"빨리 구조됐으면 살았을까"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전날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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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은 주 7일 일했던 친구예요…사고 난 장소 보고 카톡·전화했는데 답이 없었어요.
(서울=뉴스1) 신윤하 이강 기자 =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싱크홀) 사고로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 박 모 씨(33)의 빈소가 마련된 26일 고인의 십년지기 지인 A 씨는 황망한 얼굴로 생전 고인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박 씨와 친했다는 A 씨는 고인을 '꾸준히 일만 한 친구'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젊었을 때라도 일을 열심히 해놔서 돈을 많이 벌어놔야 한다고,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자고 했던 친구"라며 "말도 안 되는 사고로 이렇게 죽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 씨는 본업을 마친 후에는 배달 일을 부업으로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자랑스러운 가장이었다. 지난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엔 어머니, 여동생과 살았다. 박 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운영하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배달 부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에도 박 씨는 퇴근 후 배달 일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땅꺼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박 씨에게 연락한 A 씨는 끝내 답장을 받지 못했다. A 씨는 "사고가 난 장소를 보고 카톡, 전화를 했다. 많이 지나던 지역이니까 '야, 여기 사고 났다. 지하철 공사하다가 그렇게 됐다'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다"며 "전화하면 무조건 받는데 전화도 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땅꺼짐 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본 A 씨는 곧바로 박 씨의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집에 가서 블랙박스를 보는데 뒷모습이나 이런 게 (박 씨와 유사했다) 자주 봤으니까 잘 알고 있다"며 "탑 박스나 스티커가 너무 비슷해서 부모님 집에 '이런 사고가 있는 것 같다' 했다. 그러니 어머니께도 연락이 와서 신원 파악하려 경찰관분들도 집에 오고 수색하고 그렇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친척이라고 밝힌 B 씨는 "귀엽고 잘생기고 착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빨리 구조가 됐으면 살았을까 싶다"고 했다.

장례식 이튿날 허망한 표정의 가족들이 눈이 잔뜩 부은 채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빈소에선 통곡에 가까운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계속 터져나왔다.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자신을 돌볼 새도 없었던 듯 슬리퍼에 초췌한 안색이었다.

친분이 없더라도 안타까운 마음에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도 있었다.

명일동에 거주하는 신 모 씨(67)는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안타까워서 (찾았다) 바로 집 앞에 산다"며 "(사고 현장이)공사를 오랫동안 했다. 불안했는데, 안타깝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쯤 서울 강동구 도로 한복판에서 직경 20m가량 땅꺼짐 사고로 박 씨가 매몰됐다. 박 씨는 사고 약 17시간 만인 25일 오전 11시 22분쯤 땅꺼짐 중심 기준으로 고덕동 방향 약 50m 지점에서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한편 이번 땅꺼짐 발생과 관련 노후 상수도관,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정밀 종합 조사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동 조사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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